비트코인(BTC)을 둘러싼 서사가 ‘디지털 금’을 넘어 ‘글로벌 담보 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과장된 기대 대신, 금융 시스템 내 역할 변화가 가격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최근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을 금 대신 달 데이터센터나 소행성 채굴과 연결하는 극단적 주장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JP모건, 모건스탠리, 블랙록 등 주요 금융기관이 비트코인을 대출 담보, 구조화 상품, 포트폴리오 마진 시스템에 편입하기 시작하면서 ‘담보 자산’으로서의 기능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은 고객들이 비트코인 연동 자산, 나아가 비트코인 자체를 대출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여기에 찰스슈왑의 신규 ETF 상품까지 더해지며 비트코인의 금융 접근성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의 정체성은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인플레이션 헤지, 디지털 금, 유동성 지표, 안전자산 등 다양한 서사가 번갈아 주목받았지만, 이번 사이클에서는 이들 설명이 거의 힘을 잃었다.
오히려 현재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레버리지 기반 담보 자산’처럼 움직인다. 기관 참여 확대가 변동성을 낮추기보다, 오히려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담보로 활용되는 자산은 가격 하락 시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가격이 떨어지면 담보 가치가 감소하고, 이는 마진콜과 강제 청산으로 이어진다. 이후 추가 매도가 다시 가격을 끌어내리는 ‘피드백 루프’가 형성된다.
이 같은 구조는 주식, 부동산, 원자재 시장에서는 익숙하지만, 비트코인에서는 상대적으로 간과돼 왔다. 그러나 최근 하락 구간에서 비트코인은 이 전형적인 담보 자산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최근 5개월간 비트코인은 약 50%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글로벌 유동성도 안정 또는 확대 흐름을 보였으며, 금과 S&P500 등 전통 자산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기존 ‘디지털 금’ 서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괴리다.
비트코인과 글로벌 통화량(M2)의 관계 역시 일관되지 않았다. 특정 구간에서는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같은 사이클 내에서도 음의 상관관계로 급변하는 등 불안정성이 반복됐다.
금과의 상관관계도 마찬가지다. 일부 시기에는 -0.9 수준까지 떨어지며 완전히 반대로 움직였고, 주식과의 상관성 역시 0에 가까운 수준부터 0.8까지 널뛰기를 반복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에서도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2021년 이후 물가 상승 국면에서 비트코인은 일관된 실질 수익을 제공하지 못했다.
결국 남는 결론은 명확하다. 비트코인은 특정 자산을 따라 움직이는 것도,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자산도 아니다. 대신 유동성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변동 담보 자산’에 가깝다.
유동성이 확대될 때는 가장 빠르게 상승하지만, 긴축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하락하는 특징을 보인다. 최근 조정 국면에서도 비트코인은 주식보다 앞서 하락하며 시장 스트레스의 ‘선행 지표’ 역할을 했다.
비트코인의 새로운 서사는 다소 덜 낭만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전통 금융 시스템에 깊숙이 편입되기 위해서는, 이상적인 서사가 아닌 실제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각 변화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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