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이 매달 풀고 있는 리플(XRP) 물량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유통 속도를 앞당겨 ‘완전 유통’ 상태로 가야 한다는 주장과, 지금의 점진적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이다.
호주 출신 변호사이자 XRP 커뮤니티 논객 빌 모건(Bill Morgan)은 최근 X를 통해 리플이 월간 10억 XRP 에스크로 해제분 중 재잠금 물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핵심 논리는 ‘공급 overhang(잠재 매도 물량)’을 제거해야 XRP가 ‘경화(hard money)’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현재 약 327억4000만 XRP가 여전히 에스크로에 묶여 있으며, 현 구조가 유지될 경우 완전 유통까지 약 9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긴 시간표 자체가 시장 심리를 억누르는 요인이라는 게 모건의 시각이다.
리플은 2017년 총 550억 XRP를 55개의 온체인 계약에 넣고 매월 10억 XRP씩 자동으로 해제되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는 중앙화된 물량 매도로 인한 시장 충격을 피하고, 공급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 구조는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하다. 리플이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고 남은 물량을 다시 에스크로에 넣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전체 유통 시점이 계속 뒤로 밀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모건은 이 점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재잠금 물량을 줄이면 9년이라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미래에 풀릴 물량에 대한 불확실성도 해소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언제 풀릴지 모르는 공급’보다 완전히 유통된 자산이 더 명확한 가치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한다.
리플 CTO 출신 데이비드 슈워츠(David Schwartz)는 가속화 주장에 선을 그었다. 특히 커뮤니티 일각에서 제기된 ‘에스크로 물량 소각’ 방안에 대해서는 명확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스텔라(Stellar)의 토큰 소각 사례를 언급하며 “공급 감소는 단기적인 반응을 만들 수 있지만 지속적인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공급 축소가 가격 재평가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또한 현재 구조에 대해 “리플은 필요하지 않은 XRP를 자발적으로 다시 잠근다”며, 통제된 공급이 오히려 신뢰를 높이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다만 “리플이 실제로 얼마나 사용하고 얼마나 재잠금할지는 예측이 어렵다”며 향후 유통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은 인정했다.
이번 논쟁은 단순한 공급 문제가 아니라 XRP의 정체성에 대한 시각 차이로도 이어진다.
모건을 비롯한 가속화 진영은 XRP를 ‘완전 유통 기반의 가치 자산’으로 보고 있다. 반면 현 체제를 지지하는 측은 리플의 점진적 공급 관리가 기관 신뢰 확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리플은 최근 유럽에서 MiCA(암호자산 규제) 승인을 확보하며 규제 친화적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측 가능한 공급 구조는 기관 대상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다만 현실적인 변수도 존재한다. 월간 순공급이 늘어날 경우, 수요 증가가 동반되지 않으면 시장에는 곧바로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XRP 가격 흐름만 놓고 보면 추가 물량을 무리 없이 흡수할 만큼 수요가 충분한지에 대한 확신은 크지 않다.
결국 이번 논쟁의 핵심은 ‘속도’와 ‘안정성’ 사이의 선택이다. 리플이 단기 시장 압력을 감수하고 유통 가속을 택할지, 아니면 현재의 점진적 모델을 유지할지는 아직 분명해지지 않았다. XRP의 향후 가치 방향 역시 이 결정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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