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코스피와 국내 대표 종목을 기초로 한 초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국내 투자자 보호의 공백과 규제 사각지대 논란이 커지고 있다.
28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22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코스피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KORU에 연동한 선물 상품 KORUUSDT 거래를 시작했고, 26일에는 최대 50배 레버리지를 적용할 수 있도록 상품 구조를 넓혔다. KORU 자체가 코스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인 만큼, 여기에 다시 50배 레버리지를 얹으면 사실상 코스피에 최대 150배까지 베팅하는 구조가 된다. 코스피가 1%만 움직여도 손익 변동이 극단적으로 커질 수 있어, 상승 때는 큰 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반대로 소폭 하락만으로도 투자 원금을 대부분 잃을 수 있는 고위험 상품으로 평가된다.
바이낸스는 앞서 6월 2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를 기초로 한 SAMSUNGUSDT, SKHYNIXUSDT, HYUNDAIUSDT를 상장했고, 이후 투자 수요가 몰리자 일부 상품의 최대 레버리지 배수도 20배에서 50배로 높였다. 국내 투자자는 업비트나 빗썸 같은 원화 기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테더(USDT·달러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를 산 뒤 이를 바이낸스로 옮겨 거래할 수 있다. 별도의 투자자 적격성 심사나 교육 절차도 사실상 없다. 국내 증시에서는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투자자 교육과 각종 규제가 적용되는데,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하면 이런 장치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실제 거래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글로벌 차트 분석 플랫폼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KORUUSDT 거래량은 22일부터 26일까지 7억5천440만달러, 한화 약 1조1천586억원으로 집계됐다. SKHYNIXUSDT의 누적 거래액은 2일부터 26일까지 64억2천130만달러, 약 9조8천618억원에 달했고, HYUNDAIUSDT와 SAMSUNGUSDT도 같은 기간 각각 4억7천358만달러, 약 7천273억원, 5천283만달러, 약 811억원어치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이 자금 가운데 적지 않은 비중이 국내 투자자 자금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거래소가 국내 증시 상승 기대를 흡수해 거래 수수료와 유동성을 가져가고 있다는 지적, 이른바 국부 유출 논란도 함께 제기된다.
문제는 이런 거래가 국내 금융 규제 바깥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인가 없이 사실상 국내 주식·지수 관련 파생상품이 대규모로 유통되는데도, 해외에 기반을 둔 거래소를 직접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사고가 발생해도 소비자 보호 장치가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다고 본다. 특히 테더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외국환거래법 규율도 직접 받지 않아 자금 이동과 거래 실태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이 자국민의 Binance.com 가입을 막아둔 것도 이런 위험성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가격 변동이 국내 현물시장에 역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도 우려한다. 바이낸스는 24시간, 연중무휴로 거래되기 때문에 국내 증시가 닫힌 야간이나 휴일에도 한국 주식 관련 상품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유동성이 얇아지거나 투기적 거래가 몰리면 다음 거래일 국내 증시 개장 때 투자심리를 흔드는 이른바 노이즈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2배 레버리지 ETF의 변동성만으로도 투자자 손실 우려가 제기됐는데, 해외 거래소에서는 그보다 훨씬 높은 배율의 상품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투자자 보호 체계와 해외 거래 플랫폼 규율 방식을 다시 손봐야 한다는 논의를 앞으로 더 키울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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