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내셔널이 실제 무역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채권을 블록체인에 올려 발행·이전·정산하는 기술검증(PoC)을 진행했다. 펀드와 주식 중심이던 자산 토큰화 실험이 기업 간 무역금융 영역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코인데스크는 27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LG CNS와 레이어1 블록체인 인젝티브(INJ) 기반 무역 매출채권 토큰화 실증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는 실증을 마친 뒤 올해 안에 실제 운영 환경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가상 데이터 아닌 실거래 송장 썼다
이번 실증은 가상 데이터를 만든 것이 아니라 포스코인터내셔널 해외 법인과 실제 거래처 사이에서 발생한 상업 송장을 대상으로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222억 달러(약 31조8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철강·에너지·이차전지 소재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왔다.
무역 매출채권은 물건을 보낸 뒤 대금을 받기 전까지 남는 ‘받을 돈’에 대한 권리다. 현재는 판매자, 구매자, 은행이 각자 장부를 관리하기 때문에 거래 내역을 맞추는 대사 작업에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 운전자본이 묶일 수 있다.
양사는 이를 공유원장으로 묶는 방식을 시험했다. 본사와 해외 법인, 거래 상대방이 같은 장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정보 불일치와 운영 리스크를 줄이는 구조다. 검증 영역은 △공유원장 기반 거래 현황 공유 △무역 매출채권의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 △AI 에이전트 기반 무역 업무 자동화로 나뉜다.
◇ KYC·AML 통제 기능도 점검
기업금융에서 핵심은 규제 준수다. 이번 실증에서는 고객확인제도(KYC), 자금세탁방지(AML), 자산 이전 제한 같은 통제 기능을 토큰에 붙일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채권이 이동할 때 필요한 규칙이 함께 따라가는 구조를 점검한 셈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이번 PoC는 실제 무역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AI와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실거래 송장을 활용했다는 점이 이번 발표의 핵심으로 꼽힌다.
파트너인 LG CNS는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증에 참여했고, 코스콤과 미래에셋증권의 토큰화 플랫폼 운영 경험도 갖고 있다. 금융권에서 쌓은 원장 기술을 상사 업무로 확장한 사례다.
◇ 토큰화 시장, 무역금융으로 넓어지나
그동안 자산 토큰화 경쟁은 펀드와 주식에 집중돼 있었다. 블랙록, 프랭클린템플턴, 아폴로, 피델리티, 야누스헨더슨, 무바달라캐피털 등이 펀드 자산을 온체인으로 옮기는 실험을 진행해왔다. 발행, 결제, 담보 관리를 블록체인 인프라로 단순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 규모 집계는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코인데스크는 현재 토큰화 자산 시장을 350억 달러(약 49조원) 수준으로 봤고, 씨티는 6월 리포트에서 현재 규모를 170억 달러(약 23조8000억원)로 집계했다. 씨티는 2030년 이 시장이 5조5000억 달러(약 7700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역금융이 다음 적용처로 거론되는 이유는 매출채권이 기업 사이에 실제로 존재하는 채무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를 온체인으로 옮기면 당사자들이 같은 자산 상태를 공유하고, 운전자본 회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실제 금융 업무로 이어지려면 은행권 참여와 회계·세무 처리, 규제 정합성 확인이 뒤따라야 한다.
◇ 국내 기업 온체인 실험도 속도
국내 기업의 온체인 실험도 늘고 있다. 이달 초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미국 법인에서 멕시코 법인으로 2만 달러(약 2800만원)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보내며 송금 시간을 기존 3~4시간에서 7분 안팎으로 줄였다. 코인데스크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이 카카오그룹, 토스뱅크와 결제 인프라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실증은 기업 재무·결제 영역의 블록체인 활용이 국경을 넘나드는 무역금융으로 이어진 사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예고한 대로 연내 실운영 전환이 이뤄질지, 은행권과 회계·세무 체계까지 포함한 상용화 단계로 확장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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