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시($BLSH) 거래소 임원진이 무기한 선물의 시스템 리스크 논쟁에서 위험의 원인을 계약 자체가 아니라 거래소의 레버리지·증거금·청산 설계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기한 선물의 제도권 편입을 둘러싼 논쟁이 상품 승인 여부를 넘어 거래소 운영 구조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크리스 타이어(Chris Tyrer) 불리시($BLSH) 거래소 대표와 트램 도만(Tram Doman) 제품마케팅 총괄은 29일 공개된 코인데스크 기고문에서 “파생상품 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는 계약의 속성이 아니라 거래 플랫폼의 속성”이라고 밝혔다. 코인데스크는 불리시 계열 매체다.
무기한 선물은 만기가 없는 선물 계약이다. 투자자는 정해진 만기마다 포지션을 연장하지 않아도 되고, 시장은 24시간 이어진다. 대신 현물 가격과 계약 가격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롱·숏 포지션 사이에서 주기적으로 펀딩비가 오간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구조다.
비판론은 이 상품이 고배율 레버리지와 개인 투자자 자금을 끌어들여 급락장 충격을 키운다고 본다. 타이어 대표는 위험을 키우는 장치가 무기한 선물이라는 계약 안에 내장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레버리지 한도, 증거금 규정, 기준가격 지수 산출, 채무불이행 처리 절차가 실제 위험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그가 지목한 핵심 경로는 청산 연쇄다. 가격 하락으로 강제 청산이 발생하면 매도 압력이 커지고, 이 가격 변동이 다른 거래소의 기준가격과 차익거래를 거쳐 다시 추가 청산을 부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조작 가능한 지수나 자동 디레버리징(ADL)이 작동하면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동 디레버리징은 보험기금으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할 때 수익 중인 반대 포지션을 강제로 줄이는 방식이다. 타이어 대표는 이 장치가 무기한 선물의 필수 요소가 아니라 거래소가 선택한 위험 처리 방식이라고 봤다. 시스템 리스크 논쟁의 초점이 '상품명'보다 '위기 때 손실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로 옮겨가야 한다는 뜻이다.
기고문은 2025년 10월 암호화폐 시장의 연쇄 청산을 최근 사례로 들었다. 당시 급락의 배경으로는 거시 변수, 스테이블코인 디페깅, 거래소 장애, 오라클 오류, 과도한 레버리지, 얕은 유동성이 함께 거론됐다. 단일 원인보다 여러 취약점이 맞물려 충격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규제 시장 진입이 곧 안전을 뜻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고객 자산 분리 보관, 등록 청산기관, 감독당국 감시는 기본 장치다. 그러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채무불이행을 어떤 순서로 흡수하고 손실을 어디까지 전가할지는 거래소마다 다를 수 있다.
기관 수요를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JP모건($JPM)은 최근 보고서에서 무기한 선물에 대한 기관 수요가 제한적이며, 규제 선물의 대체재라기보다 투기적 상품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만기 구조가 없고 베이시스 위험이 남아 완전한 대체가 어렵다는 이유다.
타이어 대표는 이 지적의 기술적 근거를 인정했다. 펀딩비는 변동하며 미리 고정할 수 없고, 만기와 인도가 필요한 헤저에게 무기한 선물은 맞지 않는 도구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기관의 활용 방식이 기존 선물 대체가 아니라 옵션 포지션의 델타 헤지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불리시 측은 불리시에서 옵션을 거래하는 기관 상당수가 방향성 노출을 줄이기 위해 무기한 선물을 활용한다고 주장했다. 델타 헤지에서는 만기 구조보다 유동성이 중요하고, 만기 선물보다 무기한 선물이 더 깊고 연속적인 시장을 제공한다는 논리다.
대안으로는 전통 청산소 모델이 제시됐다. 손실은 먼저 채무불이행 당사자의 증거금과 기금 납입분으로 흡수하고, 남은 포지션은 호가창이나 청산회원 경매로 처리한다. 이후 사전 적립된 보증기금이 받치고, 손실 분담은 마지막 단계에서 제한적으로 작동한다는 구조다.
타이어 대표는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면서도 “계좌 하나의 파산이 시장 전체의 연쇄로 번지는 고리를 끊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주장은 규제 인가를 신청한 거래소 임원들이 계열 매체에 실은 기고문이라는 점에서 이해관계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불리시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지정계약시장(DCM) 지정과 파생상품청산기관(DCO) 등록을 신청한 상태다. 무기한 선물이 미국 규제 시장으로 확장되는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앞으로 쟁점은 승인 여부를 넘어 지수 산출과 청산 구조, 보험기금 설계로 좁혀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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