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재협회(AAA)가 스마트컨트랙트와 블록체인, 디지털자산 분쟁을 다루는 웹3 전담 중재인단을 출범시켰다. 크립토 분쟁이 민간 분쟁해결 시장에서 별도 전문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미국중재협회는 29일(현지시간) 웹3 패널(Web3 Panel)을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법률, 기술, 학계, 소송, 디지털자산 업계 경험을 갖춘 중재인들이 참여해 기업이 토큰, 스마트컨트랙트, 블록체인 기반 거래에서 분쟁을 겪을 때 기술적 맥락을 이해하는 중재인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패널이 맡는 사건 범위는 △계약 해석 △거버넌스 분쟁 △자산 통제권 귀속 △사이버보안 사고 △거래 기록의 증거력 △국경 간 판정 집행 문제 등이다. 탈중앙화 조직과 자동화 거래 구조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기존 상사중재 체계 안에서 다루려는 설계다.
이번 발표는 앞서 본지가 미국중재협회가 스마트 계약과 블록체인, 디지털자산 분쟁을 다룰 웹3 전문 중재인단을 출범했다고 전한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당시 확인된 대상 분야도 스마트 계약, 블록체인, 디지털자산, 토큰화, 탈중앙화 시스템, 에이전틱 커머스 관련 분쟁이었다.
에릭 딜(Eric Dill) 미국중재협회 수석부사장 겸 패널관계 총괄은 “웹3 분쟁은 익숙한 상거래 쟁점을 고도로 기술적인 환경에서 다루는 일”이라고 말했다. 계약 위반이나 대금 지급 같은 쟁점은 기존 상거래와 같지만, 판단에 필요한 기술 이해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초기 패널에는 디지털자산·기술 분쟁을 다뤄온 변호사들과 함께 데이비드 호프먼(David Hoffman)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 교수, 리치 위드먼(Rich Widmann) 구글 클라우드 글로벌 웹3 전략 총괄이 포함됐다. 법률 해석과 기술 구조를 함께 볼 수 있는 인력 구성을 앞세운 셈이다.
주목되는 분야는 에이전틱 커머스와 자율거래다. 에이전틱 커머스는 소프트웨어나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하고 실행하는 거래를 말한다. 이 경우 계약 의사표시의 주체, 오류 발생 시 책임 귀속, 자동 실행 결과의 법적 효력이 쟁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웹3 패널 출범이 미국중재협회에 업계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중재는 당사자들이 법원 대신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겠다고 합의해야 성립한다. 계약서에 중재 조항이 없으면 패널이 자동으로 개입할 수 없다.
국내 사업자에게도 실무적 의미가 있다. 해외 거래소, 인프라 기업, 개발사와 계약하는 국내 프로젝트는 분쟁 발생 시 법원 관할, 준거법, 중재기관을 사전에 정해야 한다. 중재 판정은 국경을 넘어 집행되는 경로가 상대적으로 정비돼 있어 계약서의 분쟁해결 조항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이번 웹3 패널은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이 실험 단계를 넘어 상업 계약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방증으로 평가된다. 규제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 민간 분쟁해결 시장은 크립토 분쟁을 별도 카테고리로 다루기 시작했다. 앞으로 실제 판정 사례가 쌓이면 스마트컨트랙트와 AI 자율거래 책임 기준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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