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크랙 사상 최고 웃돌아, 브렌트유 87달러대

| 김하린 기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지연 여파가 원유보다 디젤 등 정제유 시장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90달러(약 12만8000원) 부근에서 87달러(약 12만3000원) 안팎으로 내려왔지만 정제마진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제로헤지는 13일 브렌트유 선물이 최근 고점 부근에서 후퇴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은 교착 상태를 이어갔고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진전을 기다리고 있다.

샘 버웰(Sam Burwell) 제프리스(Jefferies) 석유·가스·에너지 인프라 담당 애널리스트는 12일 보고서에서 “글로벌 석유시장의 타이트함은 적어도 지금은 원유가 아니라 크랙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크랙은 원유 가격과 휘발유·디젤 등 정제제품 가격의 차이를 뜻한다.

정제마진이 커졌다는 것은 정제제품 공급 압박이 원유 가격보다 강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원유 가격이 숨을 고르더라도 정유 공정과 제품 수급이 빡빡하면 운송·산업 연료 가격 부담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버웰 애널리스트는 중국 원유 수입이 7월에 전월보다 하루 약 100만 배럴 늘었지만 이전 흐름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중국 수입이 하루 약 1100만 배럴 수준의 5년 평균으로 돌아가면 하루 약 300만 배럴의 추가 수요를 뜻한다고 봤다.

디젤과 휘발유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버웰 애널리스트는 디젤 크랙이 과거 사상 최고치를 크게 웃돌고 있으며 휘발유도 강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정유시설 가동률은 주간 기준으로 하락했다. 다만 계절 기준으로는 20년래 높은 수준에 가깝다고 버웰 애널리스트는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2일 보고서에서 이번 분기 공급 부족 규모를 하루 180만 배럴로 제시했다. 이는 이전 추정치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IEA는 높은 가격이 수요를 누르기 시작했다고 봤다. 연간 공급 부족 폭은 5년 만에 가장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을 끌어내린 요인도 있었다. 미국 원유 재고는 지난주 1740만 배럴 늘어 2023년 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재고 확대 배경으로는 수출 약화와 사우디아라비아·베네수엘라산 수입 증가가 제시됐다. 원유 재고가 늘었는데도 정제유 가격 압박이 남은 것은 시장의 관심이 원유 자체보다 제품 수급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예측시장 폴리마켓(Polymarket)에서는 ‘미국·이란 60일 협상 기간 연장’ 가능성이 약 25%로 거래됐다. 1주일 전 약 80%에서 낮아진 수치다.

호르무즈 해협 관련 불확실성은 유가가 미·이란 협상 교착 속에 약세를 보인 앞선 흐름과 이어진다. 앞서 본지는 브렌트유 가격이 중동 정세와 수요 전망에 따라 변동성을 보였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도 디젤 시장 압박을 키운 배경으로 거론된다. 본지는 앞서 러시아 디젤 수출이 수년래 저점권으로 줄었다는 점을 보도했다.

한국 독자에게는 유가 자체보다 정제유 가격과 물류비가 더 직접적인 변수다. 디젤은 화물 운송과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연료인 만큼 공급이 빠듯하면 운송·제조 비용 부담이 남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전쟁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고, 시장은 해협 재개방 여부와 정제유 공급 회복 속도를 지켜보고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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