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Chey Tae-won)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병목을 풀기 위한 새 방식으로 ‘메모리 서비스(Memory as a Service·MaaS)’ 구상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000660)가 단순 메모리 판매를 넘어 고객 수요에 맞춰 메모리 자원과 공급 구조를 조정하는 서비스형 모델을 검토한다는 취지다.
최 회장은 CNBC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서비스 제공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구상이 아직 구체화된 사업이 아니라 아이디어 단계라고 설명하면서도, AI 시장에서 메모리가 병목이 되고 있어 이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MaaS는 고객이 메모리 칩을 일괄 구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한 메모리 자원과 운영 방식을 서비스처럼 이용하는 개념으로 소개됐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BMedia는 최 회장이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HBM 수요가 늘고, 칩 부족과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NVDA), TSMC($TSM)와 협력해 HBM 공급을 맞추고 고객과 투자 위험을 나누는 방식도 검토한다고 전했다.
HBM은 여러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높인 메모리다. AI 가속기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HBM이 들어가며, 대규모 데이터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메모리 대역폭이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 회장이 언급한 공급 구조는 엔비디아, TSMC, SK하이닉스의 생산 일정이 맞물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TSMC의 생산능력이 충분해도 SK하이닉스의 HBM 공급이 부족하면 GPU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반대로 HBM이 충분해도 TSMC 쪽 생산능력이 제한되면 충분한 GPU를 만들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ABMedia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신제품 주기에 맞춰 새 메모리 칩을 공급해야 한다는 최 회장의 발언도 전했다. AI 생태계에서 엔비디아의 역할이 큰 만큼, SK하이닉스의 핵심 과제는 엔비디아의 생산 수요를 최대한 지원하는 데 있다는 취지다.
이번 구상은 반도체 산업 특유의 투자 위험과도 맞물려 있다. 메모리 산업은 수요가 강할 때 증설이 몰리지만, 공급이 늘어난 뒤 수요가 꺾이면 가격 하락과 재고 부담이 커지는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
최 회장이 거론한 고객 공동 투자와 장기계약 구조는 이런 변동성을 줄이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고객과 공급사가 수요를 장기적으로 확인하고 투자 부담을 나누면 무리한 증설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ABMedia는 SK가 고객과 웨이퍼 공장 합작기업을 세우고 장기 계약을 매년 연장하는 방식으로 실제 수요를 확인하는 방안도 언급했다고 전했다. 다만 서비스 범위, 가격 체계, 상용화 시점은 제시되지 않았다.
HBM 수급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직접 닿아 있다. 앞서 본지는 SK하이닉스가 2026년 1분기 매출 기준 HBM 시장의 56.4%를 차지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최 회장의 최근 발언은 기존 공급난 우려의 연장선에 있다. 본지는 앞서 최 회장이 AI 에이전트가 더 많은 메모리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MaaS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 최 회장은 구체적인 계약 구조나 고객사, 출시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HBM 공급 확대와 가격 안정 효과도 실제 투자 계획과 장기 계약 내용이 공개돼야 평가할 수 있다. 현재 확인된 내용은 SK그룹 차원에서 AI 메모리 병목을 풀기 위한 서비스형 공급 모델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