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국 AI 선택 압박, 한국도 서명국 명단에

| 강이안 기자

미국이 인공지능(AI) 공급망 협의체에 참여한 35개 동맹·파트너 국가에 중국 주도 AI 체계와의 동시 참여를 제한하는 메시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도 미국 주도 AI 기회 선언(AI Opportunity Statement) 서명국 명단에 들어 있다.

포천(Fortune)은 17일 미 국무부가 35개 서명국에 서한을 준비하고 있으며, 서한에는 미국 주도 팍스 실리카(Pax Silica)와 중국 측 경쟁 AI 체계에 동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취지가 담겼다고 보도했다. 서한 원문과 실제 발송 여부는 공개 문서로 확인되지 않았다.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는 숫자는 세 갈래다. 미 국무부는 6월 26일 자료에서 미국과 ‘거의 36개’ 팍스 실리카 경제권이 AI 기회 선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6월 25~26일 워싱턴에서 열린 2차 팍스 실리카 서밋에서 35개국·지역이 공동성명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팍스 실리카 선언 서명국 수는 이와 다르다. 한국 외교부는 같은 시기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의 서밋 참석과 한미 간 AI 공급망 안정화 논의를 공개하면서 팍스 실리카 회원국을 24개국으로 적었다. 이번 사안에서 35개국은 팍스 실리카 선언국이 아니라 AI 기회 선언 서명국 기준이다.

팍스 실리카는 미국이 주도하는 AI·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다. 핵심광물, 에너지 투입물, 첨단 제조, 반도체, AI 인프라, 물류를 묶어 신뢰 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AI 모델 성능이나 윤리 규범만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접근권까지 포함한 산업 안보 의제에 가깝다.

중국은 7월 상하이에서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를 출범시켰다. 신화통신은 29개국이 WAICO 설립 협정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계열 보도는 카자흐스탄이 미국과 중국 양쪽 체계에 모두 이름을 올린 유일한 나라라고 전했다.

이 구도는 AI 규범 경쟁보다 공급망 진영화에 가깝다.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핵심광물 조달, 클라우드 인프라, AI 모델 접근권이 한 묶음으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메시지가 실제 각국의 거래 제한이나 수출 통제 참여로 이어질지는 아직 공개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백악관도 같은 방향의 정책 신호를 냈다. 백악관은 6월 26일 행정명령에서 국무장관이 팍스 실리카를 포함한 기존 양자·다자 협력을 미국 AI 우선순위와 정렬하는 방안을 권고하도록 지시했다. 백악관의 폐쇄형 프런티어 AI 사전 검토 추진과 이번 논의는 모두 AI 접근권을 외교·안보 의제로 끌어올린 흐름 안에 있다.

미국의 대중 메시지는 이미 강경해진 상태다. 로이터 계열 보도는 마코 루비오(Marco Rubio) 미 국무장관이 외교관들에게 미국 기술의 ‘킬 스위치’ 논란을 낮추고 미국산 AI 제품을 적극 방어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미국 AI 모델 접근 제한 논란 이후 동맹국 사이에서 커진 기술 의존 우려를 의식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동맹국의 공개 반응은 협력 확대에 맞춰져 있다. 일본은 이를 AI 관련 공급망 강화 협력으로 설명했고, 한국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간 공급망 안정화를 강조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미국과의 AI·기술 파트너십 심화를 내세우며 서밋 참여를 공개했다.

반대편 논리도 분명하다. 중국은 WAICO를 포용적 글로벌 거버넌스와 공유된 AI 발전의 틀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에 선택을 요구할수록 중국은 오픈소스 모델과 개발도상국 지원을 앞세워 반대 서사를 강화할 수 있다.

허깅페이스(Hugging Face)는 2026년 봄 오픈소스 AI 보고서에서 중국 AI 생태계가 모델 공개와 채택에서 빠르게 커졌다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는 알리바바(Alibaba) 큐원(Qwen) 계열 파생 모델이 구글(Google)과 메타(Meta)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적었다. 외교적 선택 압박이 개발자 생태계의 실제 채택 흐름까지 곧바로 바꿀지는 별개 문제다.

한국에는 선택지가 외교 문구에 그치지 않는다. AI 공급망은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클라우드, 핵심 소재 조달과 맞물린다. 한국 기업은 미국 AI 인프라 생태계와 중국 제조·개발 생태계 사이에서 기술 접근권과 시장 접근성을 함께 따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

본지는 앞서 미국이 35개국을 상대로 대중 AI 공급망 노선 선택을 압박하는 방안이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쟁점은 팍스 실리카 확대와 35개국의 AI 기회 선언 서명이었다. 이번 보도는 그 논의가 중국 주도 WAICO와의 동시 참여 제한 문제로 번졌다는 점에서 후속 흐름에 해당한다.

현재 공개 확인된 수치는 AI 기회 선언 35개국·지역, 팍스 실리카 선언 24개국, WAICO 29개국이다. 미국의 서한 발송 여부와 각국의 실제 대응은 공개 문서나 공식 발표가 나와야 확인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