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신호는 금리, 10년물 5.0~5.5% 제시

| 강이안 기자

AI 투자 과열 논쟁에서 금리가 다시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은택 KB증권 이사는 AI 버블 붕괴 신호를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의지보다 자본공급자의 금리 부담에서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은택 KB증권 이사는 18일 한국거래소 간담회에서 “AI 자본투자를 멈추는 역할은 ‘자본공급자’가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국경제는 전했다. 여기서 자본공급자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인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인프라 투자 비용을 빌려주는 은행, 연기금, 벤처캐피털 등을 뜻한다.

이 이사는 빅테크 기업이 스스로 투자를 줄일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빅테크 기업들은 과거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투자를 지속해 시장을 장악했던 성공 경험이 있어 스스로 투자를 멈출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결국 투자가 중단되는 시점은 은행이나 연기금, 벤처캐피털(VC) 등 원금 회수와 이자 수취가 최우선인 자본공급자들이 리스크를 감지하고 돈줄을 죌 때”라고 말했다.

판단 기준은 금리다. 이 이사는 기업의 잉여현금흐름(FCF) 악화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상승이 채권자의 위험 인식을 키우면 자본 공급이 멈추고 버블 국면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2000년대 닷컴버블 등 과거 주요 버블 붕괴 국면의 공통분모로 ‘추세적인 금리 상승’을 꼽았다. 단기 금리 급등만으로는 버블 붕괴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이사는 정책 당국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불가역적 상황’과 10~20년 만에 처음 보는 수준의 금리 ‘신고가 돌파’가 함께 나타나야 한다고 봤다. 그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추세적으로 5.0~5.5%를 넘어서는 수준을 임계점으로 제시했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5.3%를 넘어 2007년 수준을 웃돈 데 대해서는 신중한 해석을 내놨다. 이 이사는 “주목할 만한 현상이기는 하지만, 지표 금리인 10년물에 비해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I 인프라 투자는 대규모 설비투자 성격이 강하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냉각, 반도체, 네트워크 장비에 장기간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은 투자자의 할인율과 채권자의 위험 판단에 직접 영향을 준다.

이 이사의 진단은 AI 수요 둔화와 수익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는 6월 말부터 7월까지의 주가 조정이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프론티어 AI 모델의 토큰 비용 부담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후 미국 AI 모델 운영사들이 비용을 낮추고, 기업 고객도 고성능 모델과 저렴한 모델을 나눠 쓰는 방식으로 비용 통제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토큰 비용은 AI 모델이 텍스트와 데이터를 처리하는 단위별 사용 비용을 뜻한다.

이 이사는 “올해 봄까지만 해도 고성능 모델에 자원을 집중하는 ‘토큰 맥싱’이 대세였으나, 최근에는 비용 통제를 위해 고성능 프론티어 모델과 저렴한 오픈소스 모델을 혼용하는 ‘토큰 최적화’로 패러다임이 이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AI 모델의 약진과 오픈AI의 가격 인하 등 가격 경쟁에 따른 단기 우려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진단은 AI 설비투자와 가상자산 시장이 같은 유동성 환경에 놓여 있다는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본지는 앞서 AI 투자 규모가 위험자산 자금 흐름에 압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전한 바 있다.

AI 인프라 투자를 버블로 볼지를 두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본지는 앞서 매튜 시겔 반에크 디지털자산 리서치 책임자가 AI 인프라 랠리를 버블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한 대담도 전했다.

현재 확인된 쟁점은 AI 버블 붕괴의 발생 여부가 아니라 금리와 자본조달 환경이 AI 투자 지속성에 어떤 제약을 만들 수 있느냐다. 이 이사가 제시한 기준도 단기 금리 변동이 아니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의 추세적 상승 여부에 맞춰져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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