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보유한 일본 국채의 미실현 손실이 6월 말 30조8600억 엔(약 272조8500억원)으로 늘어 국내 주식 평가이익을 넘어섰다. 초장기 국채 금리 상승이 보험사의 장기 운용 포트폴리오에 직접 부담으로 번진 결과다.
닛케이 아시아는 설문에 참여한 14개 주요 생보사 가운데 13개사가 응답한 자료를 토대로 이같이 집계했다고 연합인포맥스가 18일 전했다. 국채 미실현 손실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60% 증가했다.
같은 기준 일본 국내 주식 미실현 이익은 30조300억 엔(약 265조5000억원)이었다. 주식에서 쌓은 평가이익보다 국채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이 더 커진 셈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과거 낮은 금리로 사들인 채권의 시장 가격은 내려가고, 보험사가 장부상으로 보유한 평가손실도 커진다.
부담은 초장기물에서 두드러졌다. 생보사들은 장기 보험계약에 따른 미래 지급 의무를 맞추기 위해 30년물 등 초장기 일본 국채를 많이 보유한다.
3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는 6월 말 3.9%대까지 올랐다. 이후 일부 보험사의 평가이익은 손실로 돌아섰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와 일본 정부의 재정 확대 우려도 국채 금리를 밀어 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18일 오전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94%까지 올라 1996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에 닿았다.
같은 날 오전 10시34분 기준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89bp 오른 2.9345%, 30년물 금리는 3.25bp 오른 4.1141%에 거래됐다. 중장기물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보유 채권의 평가 부담도 커졌다.
미실현 손실은 보유 자산을 현재 시장가격으로 평가했을 때 발생하는 장부상 손실이다.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면 손실이 실제 매각 손실로 확정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시장 가치가 취득원가보다 크게 낮아지면 손상차손 인식 압력이 생긴다. 국채의 시장 가치가 취득원가 대비 50% 하락할 경우 보험사는 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할 수 있다.
일본생명보험은 4~6월 분기에 440억 엔,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은 253억 엔의 손상차손을 기록했다. 2010년대 후반 초저금리 시기에 매입한 일부 채권은 가치 하락 폭이 커져 손상차손 기준에 도달하기도 했다.
앞서 블룸버그도 3월 말 기준 일본 4대 생보사의 국내채권 미실현 손실이 14조 엔으로 1년 전보다 60% 늘었다고 보도했다. 저금리 시기에 편입한 채권의 가격 하락이 회계 부담으로 나타난 흐름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는 3월 보고서에서 일본 생보사의 책임준비금 대응 채권 관련 손상 규정 변화가 투자 운용의 제약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경제가치 기준 지급여력 규제에서는 자산과 부채를 시장가치로 평가한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국내 보험업계에도 같은 구조가 적용된다. 생보사는 장기 보험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채권을 핵심 운용자산으로 두며, 금리 상승은 새로 사는 채권의 수익률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저금리 채권에는 평가손실을 남긴다.
본지도 국내 주요 생보사 실적에서 투자 손익과 채권 운용 부담이 실적을 가르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일본 사례는 채권이 금리 상승기에는 안정적 자산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채권 평가손익은 금리 수준, 보유 만기, 회계 기준, 유동성 필요에 따라 보험사별로 다르게 반영된다. 일본 생보사의 국채 미실현 손실이 주식 평가이익을 넘어선 것도 장기채 보유 비중이 큰 업계 구조와 금리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사용한 확인 자료: 연합인포맥스 원문, 재팬타임스/블룸버그, S&P 글로벌 레이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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