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젤 정제 마진이 17일 장중 배럴당 102.20달러(약 14만7000원)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지면서 글로벌 정제유 공급 병목이 다시 부각됐다. 원유보다 디젤 등 제품 가격이 더 빠르게 움직이며 물류와 농업 비용 부담을 키우는 흐름이다.
크립토브리핑(Crypto Briefing)은 미국 디젤 정제 마진이 배럴당 100달러 선을 처음 넘겼다고 전했다. 다만 같은 값을 직접 적시한 1차 시장 통계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100달러 돌파는 소매 디젤 가격이 아니라 원유를 정제해 디젤 등 제품으로 만들 때 생기는 크랙 스프레드 성격의 정제 마진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8월 7일 기준 미국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1억714만9000배럴이었다. 같은 주 원유 상업재고는 4억2441만배럴, 정제설비 가동률은 96.2%로 집계됐다. 원유 투입량은 하루 1717만9000배럴, 원유 생산은 하루 1380만5000배럴이었다.
이 수치는 미국 정유 설비가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는데도 디젤과 난방유를 포함한 중간유분 재고가 넉넉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유사가 원유를 충분히 처리해도 제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정제 마진은 커진다. 이 경우 원유 가격이 안정돼도 디젤 가격은 별도로 버틸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7월 보고서에서 정제 제품 크랙과 마진이 7월 초 4년래 고점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IEA는 6월 글로벌 정제 가동이 하루 150만배럴 늘었지만 전년보다 하루 600만배럴 낮았고, 중동 수출 정유시설 재가동 지연과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아시아의 낮은 가동률이 제품 시장을 타이트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변수도 공급 병목을 키웠다. 러시아 정부는 8월 1일부터 2027년 1월 31일까지 휘발유와 디젤 수출 금지를 연장했다. 9월 1일부터 정유사 기준 일부 디젤과 해양연료 수출 예외를 허용하지만, 시장은 러시아 물량 감소를 공급 제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본지는 앞서 러시아 디젤 수출이 수년래 저점권으로 줄었다는 흐름을 보도했다.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과 수출 제한이 겹치면서 유럽과 미국의 디젤·가스오일 가격이 원유 가격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양상이 이어졌다.
미국은 부족한 글로벌 물량을 메우는 주요 공급처로 떠올랐다. 인베스팅닷컴은 8월 5일 보도에서 미국 디스틸레이트 수출이 주간 기준 하루 190만배럴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유럽과 브라질, 터키가 미국과 인도 물량을 두고 경쟁하면서 미국 정유사에는 높은 마진이 생겼지만, 국내 재고는 계절 기준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정제 마진은 원유 가격과 정제 제품 가격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통상 마진 확대는 정유사에는 수익성 개선 신호지만, 운송업체와 농가, 산업 현장에는 연료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유 자체보다 제품 수급으로 시장의 관심이 옮겨간 흐름과 맞물린다.
디젤은 운송 트럭, 농기계, 산업 장비, 해상·철도 물류에 쓰인다. 이 때문에 정제 마진 급등은 금융시장보다 실물 비용에 먼저 닿는다. 연료비가 운임과 생산비에 반영되면 기업 비용과 수입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프레이트웨이브스(FreightWaves)는 미국 평균 주간 디젤 소매가격이 갤런당 5.313달러(약 7700원)로 17.9센트 올랐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와 초저유황디젤(ULSD)의 가격 움직임이 벌어지며 원유와 정제유 시장의 괴리가 커졌다고 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디젤 가격이 배럴당 167달러(약 23만6138원)로 1년 전 87달러보다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북반구 수확철과 난방 수요가 겹치는 시기에 정유시설 정비 일정까지 맞물리면 디젤 시장의 완충 여력은 더 작아진다.
정유사는 높은 마진의 수혜를 볼 수 있지만, 물류·농업·산업 부문은 비용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 반대로 높은 연료비가 수요를 누르면 가격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디젤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려면 운송과 산업 수요가 버텨야 한다.
국내 시장에도 간접 영향이 생길 수 있다. 한국은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 변동이 물류비, 항공·해운 비용, 산업용 연료비를 통해 기업 비용에 반영되는 구조다. 다만 국내 가격 영향은 환율, 유류세, 정유사 공급 조건, 국제 제품 가격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디젤 시장의 다음 변수는 러시아 수출 예외가 시작되는 9월 1일 이후 실제 물량 변화다. 이후 수급은 러시아 수출 정책, 중동 정세, 정유시설 복구 속도, 북반구 난방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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