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크레딧 채권 투자를 중단한 뒤에도 국내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특정 대형 매수 주체의 이탈보다 채권 가격 메리트가 시장 수요를 떠받쳤다는 분석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투자 중단 소식으로 크레딧 시장 내 수급 공백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7월 중순 이후 이어진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세는 지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수급 우려가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국고채 등 안전자산 금리와 회사채·금융채 등 신용채권 금리의 차이다. 스프레드가 줄면 신용채권에 붙는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지거나 해당 채권 수요가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연구원은 크레딧 스프레드가 아직 높은 수준에 있고, 7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2년 이하 구간의 수익률곡선이 가파르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일부 수요가 빠져도 금리 매력이 남아 있어 매수 기반이 유지됐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국내 크레딧 발행시장의 주요 매수 주체로 부상했다. 본지는 앞서 SK하이닉스가 수십조원 규모의 채권 매수로 국내 크레디트 발행시장의 조달 공백을 메웠다고 보도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특정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일부 발행사의 차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제기됐다. 이후 SK하이닉스의 매수 둔화 가능성이 발행시장 심리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번 분석의 핵심은 수급 공백을 가격이 메웠다는 점이다. 크레딧 채권의 금리 매력이 남아 있는 만큼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 수요가 빠져도 시장 전반의 충격은 제한됐다는 평가다.
다만 강세의 중심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크레딧 강세를 이끌었던 여신전문금융회사채는 스프레드 축소가 상당 부분 진행되면서 가격 메리트가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회사채는 스프레드 축소 폭이 제한적이어서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여전채와 회사채의 상대적 매력을 보여주는 '여전채-회사채 스프레드'도 이전 저점을 밑돈 뒤 최근 다시 확대됐다.
8월 회사채 발행 규모가 크게 줄어든 점도 우량 회사채 수요를 떠받친 요인으로 제시됐다. 발행 물량이 줄면 같은 수요 조건에서도 우량 채권을 중심으로 경쟁이 붙을 수 있다.
김 연구원은 "향후 크레딧 강세는 여전채 중심에서 회사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시장의 주도 섹터가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단기 수급보다 섹터별 가격 부담의 차이가 시장 방향을 가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말로 갈수록 흐름은 느려질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연말 자금 유출에 따른 계절적 수급 부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올해 늘어난 기업어음(CP) 발행 물량의 차환 수요가 4분기 단기금리에 부담을 줄 수 있어서다.
김 연구원은 "CP 금리가 CD 금리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CD-CP 스프레드가 확대될 경우 크레딧 채권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CP는 기업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어음이고, CD는 은행이 발행하는 양도성예금증서다.
김 연구원은 이어 "단기적으로는 가격 메리트가 수급 공백을 메우며 강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겠지만, 연말로 갈수록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 속도는 둔화되고 예년보다 높은 단기금리 상승 압력으로 스프레드가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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