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낙관론과 달리 장기 국채 금리는 수십 년 만의 고점권으로 올라섰다. 주식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선호를 이어가는 사이 채권시장이 먼저 경고음을 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제임스 톰슨(James Thomson) 호주파이낸셜리뷰(AFR) 수석 칼럼니스트는 19일 칼럼에서 “전 세계 장기 국채 수익률이 일제히 상승하며 다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주식 시장이 이 같은 움직임을 언제까지 무시할 수 있나”라고 썼다. 장기 금리 상승이 주식시장의 낙관적 가격 형성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뜻한다. 장기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도 높아져 성장 기대가 많이 반영된 주식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조너선 아미티지(Jonathan Armitage) 콜로니얼 퍼스트 스테이트(CFS) 최고투자책임자는 “주식 투자자로서 오랜 경력을 쌓아왔지만, 채권 시장은 주식 투자자보다 위기를 훨씬 일찍 감지해낸다”며 “항상 채권 시장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낙관론과 채권시장 경계론이 엇갈리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초장기물 금리가 동반 상승했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31%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는 27년 만에 처음으로 4%를 넘어섰고,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도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6%에 근접했다. 호주 3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한 달 동안 18bp 오른 5.63%를 나타냈다.
금리 상승 배경으로는 정부 부채 확대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빅테크 기업의 채권 발행이 거론됐다. 올해 빅테크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은 약 2000억 달러(약 282조4000억원)로, 미국 순 국채 발행량의 4분의 1 수준으로 제시됐다.
알파벳(GOOGL)은 최근 50억 호주달러(약 5조원) 규모의 캥거루 본드도 발행했다. 캥거루 본드는 해외 발행자가 호주 시장에서 호주달러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아미티지 최고투자책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보다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면서도 “자본 구조를 매우 빠르게 바꾸는 기업들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I 투자 확대가 기업 성장 기대를 키우는 동시에 차입 구조를 빠르게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식시장에서는 낙관 편향이 뚜렷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BofA)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 기관투자자의 현금 비중은 3.5%까지 낮아졌고, 글로벌 주식 배분은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현금 비중이 낮다는 것은 조정 국면에서 새로 투입할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위험자산 가격이 이미 호재를 상당 부분 반영한 상황이라면 금리 상승이나 실적 기대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 흐름은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변수로 거론된다.
본지는 앞서 비트코인 반등이 미국 증시 동조 장세 속에서 나타났다는 분석을 전한 바 있다. 장기금리 상승이 기술주 밸류에이션을 누르면 위험자산 전반의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채권금리 상승은 이미 아시아 증시에도 압박을 줬다. 일본 증시에서는 장기금리와 반도체주 부담이 함께 부각됐다. 장기 국채 가격이 내려가면 수익률은 오르고, 금리 상승은 성장 기대가 많이 반영된 업종부터 부담을 줄 수 있다.
톰슨 칼럼니스트는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도, AI 지출 삭감도 없을 것이라는 등 오직 호재에만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이 보내는 신호가 주식시장 낙관론과 충돌하면서 장기금리와 기술주 밸류에이션의 연결 고리가 다시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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