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가 원유·가스 부문에 외국 기업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 에스엘비(SLB)는 장기 협력 틀을 잡았고, 헌트오일(Hunt Oil) 계열은 비구속 예비 합의를 맺어 생산 재개보다 계약 이행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에스엘비는 6월 10일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피디브이에스에이(PDVSA)와 석유·가스 부문 현대화를 위한 장기 프레임워크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력 범위는 탐사, 유전 개발, 생산, 디지털 전환, 인력 교육이다.
에스엘비는 연결 데이터, 예측 모델, AI 기반 업무 흐름을 활용해 피디브이에스에이의 운영 효율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함께 평가하기로 했다. 이 합의는 당장 생산량을 늘리는 계약이라기보다 노후화된 운영 기반을 다시 세우는 장기 협력에 가깝다.
올리비에 르 푸크(Olivier Le Peuch) 에스엘비 최고경영자는 발표문에서 “베네수엘라 석유·가스 부문은 상당한 자원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려면 기술, 디지털 통합, 장기 인재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 서비스 회사가 먼저 복귀하고 실제 생산 투자는 뒤따르는 구조로 풀이된다.
헌트오일 쪽 합의는 성격이 다르다. 헌트오일컴퍼니와 크로스오버에너지(Crossover Energy) 계열은 4월 30일 베네수엘라 정부와 예비 합의를 맺었고, 이 합의는 아나코(Anaco), 모나가스(Monagas), 바리나스(Barinas) 지역의 석유·가스 생산 참여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이다.
로이터는 7월 23일 보도에서 헌트오일과 크로스오버에너지 계열의 예비 합의가 구속력이 없는 합의라고 전했다. 신규 진입 기업들이 계약 조건을 조율 중이지만, 구체적 마감 시한은 따로 없는 상태다.
베네수엘라의 외국 기업 접촉 확대는 올해 들어 진행된 에너지 부문 재편의 연장선에 있다. 베네수엘라 의회는 1월 말 탄화수소법 개정안을 승인했고, 석유부는 기존 석유·가스 계약을 새 법적 틀에 맞춰 이전하도록 요구했다.
로이터는 이 과정에 쉐브론(Chevron), 렙솔(Repsol), 에니(Eni) 등 외국 기업과 현지 기업 약 두 다스가 관련돼 있다고 보도했다. 계약 이관은 제재와 운영 허가, 결제 구조가 얽힌 베네수엘라 에너지 사업의 선결 절차로 꼽힌다.
파울라 에나오(Paula Henao) 베네수엘라 탄화수소부 장관은 5월 19일 새 규제 틀이 계약 분쟁을 해외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 투자자 복귀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지점은 원유 공급과 정유 흐름이다. 미국 걸프 연안 정유설비는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를 처리할 수 있고, 제재 허가가 열릴 때마다 수입 경로가 다시 살아나는 구조다.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미국 에너지장관은 6월 12일 텍사스 포트휴스턴 행사에서 미국 정유사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더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탱커 추적 기준으로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은 하루 약 125만 배럴이고, 절반가량이 미국으로 향했다.
베네수엘라 석유부는 연말 원유 생산량 전망치를 하루 137만 배럴로 제시했다. 다만 실제 생산 확대는 설비 보수와 자재 조달, 결제 구조, 제재 조건, 운영 허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흐름은 미국향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확대와 외국 자본의 가스전 참여가 이어진 앞선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다만 에스엘비는 장기 프레임워크 합의, 헌트오일은 비구속 예비 합의라는 점에서 생산 확대 효과를 같은 수준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비트코인(BTC) 등 크립토 시장과 직접 연결되는 재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원유 결제나 제재 회피, 토큰화 자산으로 이어지는 단서가 없는 만큼 이번 사안은 에너지 공급망과 제재 환경의 변화로 보는 편이 맞다.
에스엘비는 7월 24일 2분기 실적 자료에서도 피디브이에스에이와의 장기 프레임워크를 재언급했다. 헌트오일 계열의 예비 합의는 계약 조건 조율과 운영 허가가 뒤따라야 실제 생산 참여 여부가 가려진다.
검증에 사용한 주요 출처: 에스엘비, 로이터/UOL, 로이터/Sahm Capital, Sahm Cap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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