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달러, 엔비디아 금융 플랫폼 추진

| 서도윤 기자

엔비디아(Nvidia·NVDA)가 인공지능(AI) 인프라용 금융 플랫폼을 통해 5000억 달러(약 706조원)가 넘는 제3자 자본 동원을 추진한다. 확정 투자금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프로젝트별로 조달될 수 있는 자금 규모라는 점에서 AI 컴퓨트의 금융자산화 논쟁이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8월 11일 공식 블로그에서 아폴로(Apollo), 블랙록(BlackRock), 블랙스톤(Blackstone), 브룩필드(Brookfield),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KKR와 함께 AI 팩토리 구축을 지원하는 독립 금융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 플랫폼이 고객사의 AI 인프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장기 자본을 연결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5000억 달러는 회사 매출도, 단일 펀드도, 특정 고객에 대한 약정도 아니다. 금융기관이 고객과 수요, 사용률, 현금흐름, 잔존가치를 프로젝트별로 따져 자금을 넣는 방식이다.

핵심은 GPU 판매를 넘어 컴퓨트를 금융 구조 안에서 다루려는 시도다. 엔비디아는 AI 팩토리를 가속 컴퓨팅, 네트워킹, 시스템 소프트웨어, AI 프레임워크, 개발자 생태계가 결합된 생산 인프라로 규정했다.

회사 측 논리는 장비 가치와 장기 수익성에 맞춰져 있다. 엔비디아는 A100이 2020년 출시 뒤에도 상업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경제적 수명이 10년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자금 구조에는 조건이 붙는다. 엔비디아는 일부 프로젝트에서 잔존가치 지원을 최대 25%까지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개별 검토가 전제다.

잔존가치 지원은 금융기관 입장에서 장비 가치 하락 위험을 일부 낮추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엔비디아에는 플랫폼이 독립 심사를 거치더라도 간접 부담이 남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버지(The Verge)는 8월 19일 이번 구상이 컴퓨트를 새 자산군으로 포장하지만 실제 쟁점은 GPU 담보 대출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GPU의 기술 수명과 대출·리스 만기가 어긋날 수 있고, AI 고객사가 충분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지도 검증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 반응도 단순한 호재로만 흐르지 않았다. 야후파이낸스(Yahoo Finance)는 관련 보도 뒤 엔비디아 주가가 8월 10일 2.9% 하락했다고 전했다. 일부 시장 코멘트는 고객사의 인프라 구축과 엔비디아 칩 수요가 서로 떠받치는 순환 금융 우려가 커졌다고 봤다.

반론도 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엔비디아의 참여 비중이 25% 이하로 제한되고 제3자 투자자가 각 프로젝트를 독립적으로 심사한다면 우려가 일부 완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도 외부 장기 자본이 독립 심사를 거쳐 들어오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컴퓨트 금융화는 엔비디아만의 흐름은 아니다. 블랙스톤은 6월 9일 브로드컴(Broadcom), 아폴로와 AI XPV 플랫폼을 발표하며 첫 거래 규모를 350억 달러(약 49조4200억원)로 제시했다. 이 플랫폼은 2028년까지 20GW가 넘는 컴퓨트 용량 확보를 목표로 한다.

CME그룹(CME Group)도 5월 12일 실리콘데이터(Silicon Data)와 함께 올해 안에 컴퓨트 선물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CME는 컴퓨트를 빠르게 부상하는 자산군으로 규정했다.

컴퓨트는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쓰이는 연산 능력을 뜻한다. 지금까지는 데이터센터 비용이나 클라우드 사용료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가 늘면서 대출, 리스, 선물 계약의 기초자산처럼 다루려는 구조가 등장하고 있다.

이 흐름은 장기 계약과 장비 가치만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담보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 클라우드 컴퓨트 계약과 선급금 평가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 독자에게 남는 쟁점은 AI 인프라 투자 규모보다 금융 구조의 실체다. 이번 구상은 실제 집행 규모, 프로젝트 심사 방식, 잔존가치 지원 범위가 확인돼야 엔비디아와 금융기관, AI 고객사에 미칠 영향을 판단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