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25원 전망, 삼성·SK 환전 비중이 가른다

| 류하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이 최대 300조원으로 확대되면 달러-원 환율 하단이 향후 12개월 안에 1,325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증권사 분석이 나왔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필요한 원화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달러 매도가 늘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예찬(Choi Ye-chan)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20일 보고서 ‘반도체 기업들의 300조 주주환원, 외환시장 영향은’에서 달러-원 예상 범위를 1,325~1,400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외국인의 배당금과 자사주 매도대금 역송금도 뒤따르는 만큼 실제 환율 영향은 기업의 환전 비중과 집행 시기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봤다.

상상인증권은 300조원을 약 2,110억 달러로 계산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조달액 265억 달러(40조원)와 비교하면 7~8배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주주환원 규모가 최대 3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본지는 앞서 두 회사의 추가 주주환원 규모가 합산 최대 30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증권사 전망을 전했다.

핵심 변수는 환전 비중이다. 상상인증권은 기존 보유 자사주 소각분을 제외한 현금성 환원 규모를 약 297조원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의 배당금과 자사주 매도대금 역송금은 약 134조원으로 봤다. 기업이 현금성 환원 재원의 45% 이상을 환전해야 달러 공급이 역송금 수요를 웃돈다는 분석이다.

환전 비중이 25%에 그치면 달러-원 환율은 51원 오를 수 있고, 50%면 18원 내릴 수 있다고 상상인증권은 추산했다. 80% 환전 때는 180원 하락 효과가 가능하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이론적 상한으로 분류했다.

기본 시나리오는 환원 재원의 50~60%인 148조~178조원을 6~12개월에 걸쳐 환전하는 경우다. 이 경우 달러 순공급은 15조~45조원, 달러-원 하락 효과는 18~77원으로 제시됐다.

최예찬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환전은 원화 절상을 통해 수출 마진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원 재원 전액보다 50~60% 수준을 나눠 환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ADR은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예탁증서다. 국내 기업이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자금을 조달할 때 활용되며, 조달된 달러가 원화로 바뀌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공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19일 이사회에서 40조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소각을 결의했다. 회사는 주주환원 기준도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내’에서 50% ‘이상’으로 높였다.

FCF는 영업활동 현금에서 설비투자 등 자본적 지출을 뺀 잉여현금흐름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 여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쓰인다.

상상인증권은 SK하이닉스 ADR 조달자금 환전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달러인덱스와 엔화, 위안화, 대만달러를 토대로 추정한 환율 경로와 실제 달러-원을 비교한 결과 지난달 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누적 129원의 하락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같은 규모의 달러 공급이 앞으로도 같은 폭의 환율 하락을 만들지는 않을 수 있다고 봤다. ADR 환전 당시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로 높았고, 달러 매수 포지션 청산이 겹쳤기 때문이다.

최예찬 애널리스트는 “총 누적 효과보다 중요한 것은 시차”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환전 기대와 실제 달러 매도가 먼저 반영되지만, 중기적으로는 배당금과 자사주 매도대금 역송금이 누적돼 되돌림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원 환율은 이날 서울장에서 1,392.60원에 마감했다. 주주환원 기대는 단기 달러 공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기 흐름은 기업의 환전 비중과 집행 시기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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