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유사들이 바로 확보할 수 있는 이란산 원유 물량이 빠르게 줄면서 러시아와 이라크산 원유가 대체 조달처로 떠올랐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안이 겹치며 중국 정유사들의 원료 확보 경로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일프라이스는 21일 오후 6시 15분 한국시간 케이플러(Kpler) 자료를 토대로 중국 구매자에게 즉시 공급 가능한 이란산 원유가 거의 고갈됐다고 전했다. 무유 쉬(Muyu Xu) 케이플러 선임 원유 애널리스트는 “9월 말 인도분부터는 중국 구매자들이 사실상 새 이란산 공급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흐름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조치와 맞물려 있다. 해외자산통제국은 7월 7일 이란산 원유·석유화학·석유제품의 생산·배송·판매를 허용했던 기존 일반허가 X를 철회하고 일반허가 X1로 대체했다.
일반허가는 특정 제재 대상 거래를 일정 조건 아래 허용하는 장치다. 이 창구가 좁아지면 이란산 원유를 사던 바이어는 결제, 운송, 보험, 재판매 과정에서 제재 위험을 다시 따져야 한다.
중국 독립 정유사들은 그동안 할인된 이란산 원유를 주요 원료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즉시 인도 가능한 물량이 줄고 제재 부담이 커지면서 러시아 우랄, 러시아 극동산 ESPO, 이라크산 원유, 연료유 같은 대체 원료를 더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재고 완충 여력도 크지 않다. 케이플러는 6월 10일 보고서에서 이란의 명목상 여유 저장능력은 약 4000만 배럴이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원유 저장공간은 1350만 배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수출이 막힐 경우 이란이 생산을 줄이는 방식 외에 버틸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중국 쪽 움직임은 이미 나타났다. 로이터는 8월 6일 시노펙(Sinopec)이 중동 공급 감소를 메우기 위해 러시아 극동산 ESPO 원유를 30~40개 선적분, 하루 24만1000~32만 배럴 규모로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앞서 로이터는 6월 25일 중국 국영 정유사들이 이란산 원유 구매 재개를 검토했지만 대체 공급과 약한 내수 수요가 매입 확대를 제약한다고 전했다. 이란산 공급을 다시 늘릴 여지는 남아 있었지만, 실제 조달은 가격과 운송 위험, 내수 수요를 함께 따지는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이라크산 원유도 대체 조달처로 거론된다. 본지는 앞서 이라크 원유 할인에 따른 중국 정유사 조달 확대를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 불안이 커질수록 정유사들은 원유 가격뿐 아니라 선적 경로와 보험 비용까지 함께 비교하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아시아로 향하는 핵심 통로다. 통항 불안은 원유 가격, 운송비, 보험료, 정제 마진을 동시에 흔들 수 있어 정유사 조달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로이터는 8월 19일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이 6척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중국 선사 일부는 7월 말 이후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를 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본지도 앞서 호르무즈 통항 감소와 사우디 선적 재개 흐름을 보도했다.
유가는 공급 차질 우려를 반영했다. 로이터는 21일 오후 3시 46분 한국시간 기준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93.44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86.76달러에 거래됐다고 전했다. 두 유종은 전일 상승 뒤 소폭 내렸지만 주간 기준으로는 두 번째 상승 흐름을 향했다.
정치적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돕는 국가에 경제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바스 아락치(Abbas Araqchi) 이란 외무장관은 X에서 미국의 압박을 ‘경제적 테러’라고 비판했다.
한국 시장에는 국제유가와 정제 마진을 통한 간접 영향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한국 정유사별 조달 계약과 이란산 원유 직접 의존도는 별도로 공개 확인된 수치가 없어, 국내 석유제품 가격 영향은 유가와 환율, 정제 마진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
이란산 원유 물량 축소가 단기 공급 차질에 그칠지, 중국 정유사의 러시아·이라크산 조달 확대 흐름으로 굳어질지는 9월 말 인도분 확보 상황에서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