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가상자산 배분 논쟁, 기관 위험관리로 번졌다

| 서도윤 기자

가상자산을 전혀 담지 않는 0% 배분을 기관 포트폴리오에서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월가 내부의 시각 차가 다시 드러났다. 쟁점은 비트코인(BTC) 가격 전망보다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24시간 거래, 즉시 결제로 이어지는 금융 인프라 변화에 자산배분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느냐다.

매트 후건(Matt Hougan) 비트와이즈(Bitwise) 최고투자책임자(CIO)는 8월 13일 공개된 밀크로드(Milk Road) 팟캐스트에서 주요 자산관리사와 거래소가 가격 약세와 클래리티(CLARITY) 법안 불확실성 속에서도 가상자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낮아진 변동성과 악재에 둔감한 흐름을 지속 가능한 바닥 신호일 수 있다고 봤지만, 보증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발언은 본지가 앞서 전한 0% 가상자산 배분을 약세 판단으로 보는 후건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일반 투자자에게 특정 비중을 권하는 발언이라기보다, 기관의 논의가 가상자산을 ‘보유할지 말지’에서 ‘얼마나 담을지’로 옮겨가고 있다는 비트와이즈의 해석에 가깝다.

비트와이즈는 2025년 6월 포트폴리오 연구에서 2017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60대 40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 5%를 넣은 모의 결과를 제시했다. 이 연구에서 총수익은 107%에서 207%로 늘었고, 표준편차는 11.3%에서 12.5%로 높아졌다.

60대 40 포트폴리오는 주식 60%, 채권 40%로 구성하는 전통적 자산배분 모델이다. 비트와이즈의 연구는 과거 구간의 모의 분석이며, 향후 시장에서도 같은 결과가 반복된다는 뜻은 아니다.

기관 수요를 보여주는 설문도 있다. 비트와이즈와 베타파이(VettaFi)는 2026년 1월 공개한 벤치마크 설문에서 2025년 고객 계좌에 가상자산을 편입한 자문가 비율이 32%로 2024년 22%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같은 설문에서 고객 계좌로 가상자산을 매수할 수 있다고 답한 자문가는 42%였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는 30%로 가장 높은 관심 항목에 올랐다.

후건의 논리는 7월 비트와이즈 CIO 메모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이 메모에서 다음 가상자산 강세장의 축으로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24시간 거래, 즉시 결제, 기관 디파이를 제시했다.

토큰화는 주식, 채권, 머니마켓 펀드 같은 전통 금융자산의 권리나 기록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형태로 옮기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금융상품은 거래 시간, 결제 주기, 보관 방식이 시장별로 나뉘어 있었지만, 토큰화 논의는 이를 더 상시적이고 자동화된 구조로 바꾸는 문제와 연결된다.

제품화도 진행 중이다. 블랙록은 8월 3일 토큰화 머니마켓 상품 2종을 출시했으며, 이 가운데 BSTBL은 기존 머니마켓 펀드의 토큰화 지분을 이더리움(ETH)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구조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월 28일 토큰화 증권 성명에서 발행자 주도형과 제3자 주도형을 나눠 설명했다. 다만 이 성명은 규정이 아니라 스태프 견해이며, 법적 효력을 갖는 새 규칙은 아니다.

반대편 시각도 뚜렷하다. 모건스탠리는 가상자산이 높은 수익 가능성과 함께 예외적으로 큰 변동성을 가진다고 보고, 성장형 포트폴리오에서는 2~4% 범위의 제한적 편입을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보수적 투자자에게 0% 노출도 가능하다고 봤다. 후건의 ‘0%는 중립이 아니다’라는 표현은 시장 전체의 합의라기보다 비트와이즈의 위험관리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쟁점은 가격 전망보다 배분 언어의 변화다. 본지는 앞서 비트와이즈 CIO가 비트코인의 악재 무반응을 시장 신호로 봤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논쟁은 같은 인물이 가격 반응보다 기관 포트폴리오 내 비중 문제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규제 변수도 남아 있다. 마켓워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행사에서 클래리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법안은 상원에서 저항에 부딪힌 상태로 전해졌으며, 규제 논의가 이어지는 동안 토큰화와 기관 배분 논쟁은 상품 출시, 투자자 접근성, 위험관리 기준을 중심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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