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30년물 5.31%, 고금리 위기 논쟁 재점화

| 최윤서 기자

미국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8월 17일 5.31%로 올라 200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5.3%를 넘겼다. 장기금리 5%대를 두고 시장에서는 위기 신호라는 해석과 금리 정상화라는 해석이 다시 맞붙고 있다.

랜스 로버츠(Lance Roberts) RealInvestmentAdvice 수석 전략가는 21일 기고문에서 5%대 장기금리를 위기 자체가 아니라 돈의 가격이 정상 범위로 돌아온 결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5% 장기채는 위기가 아니라 영수증"이라고 썼다. 지난 15년의 0%대 금리와 양적완화가 예외였고, 지금의 금리가 과거 기준에 더 가깝다는 취지다.

로버츠가 짚은 쟁점은 금리의 높이보다 부채가 그 금리로 얼마나 빨리 갈아타느냐다. 차입자의 소득 증가 속도가 이자 비용보다 빠른지, 기존 부채가 시장금리로 재조정되는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5%라는 숫자만으로 경제의 붕괴 지점을 말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이 주장은 초저금리 시대 이후의 기준점 왜곡을 겨냥한다. 시장이 0%대 정책금리와 중앙은행 자산 매입에 길게 적응한 뒤에는 5%대 금리가 충격처럼 보이지만, 장기 시계열에서는 반드시 예외적 수준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론도 숫자에 기대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026~2036년 예산·경제 전망'에서 연방정부 순이자 지출이 2026년 1조 달러(약 1386조원)에서 2036년 2조1000억 달러(약 2911조원)로 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3.3%에서 4.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CBO는 2025회계연도 순이자 비용도 9700억 달러(약 1344조원), GDP의 3.2%로 집계했다. 금리가 과거 평균에 가까워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더라도, 이자비용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함께 커진다는 점은 별개의 부담이다.

미국 재무부 자료는 부채 규모를 함께 보여준다. 2025년 9월 30일 기준 미지급 이자를 제외한 공공보유 부채는 30조2000억 달러(약 4경1857조원)였고, 공공보유 부채와 미지급 이자를 합친 연방부채·이자 지급액은 30조3000억 달러(약 4경1996조원)였다. 이 규모의 부채가 만기마다 더 높은 금리로 재조정되면 재정 부담은 시차를 두고 누적된다.

국채수익률은 정부가 돈을 빌릴 때 시장이 요구하는 금리다. 만기가 긴 국채일수록 물가, 성장률, 재정 지속가능성, 수급 전망을 더 오래 반영한다. 30년물 금리가 오르면 정부 조달 비용뿐 아니라 회사채, 모기지, 위험자산 할인율에도 영향을 준다.

미국 재무부는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10년 이상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소 40억 달러(약 5조5440억원)로 늘리기로 했다. 기존 회당 최대 20억 달러(약 2조7720억원)에서 두 배 이상 확대한 조치다. 장기 국채 환매 확대에도 금리 불안이 이어졌다는 본지 보도와 맞물려 시장은 환매가 금리 안정으로 곧장 이어지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국채 바이백은 정부가 이미 발행한 국채를 시장에서 다시 사들이는 시장 운영 조치다.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처럼 통화량을 직접 늘리는 정책이라기보다 특정 만기 구간의 유동성을 보강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번 조치도 장기금리 하락을 보장하기보다 장기물 시장 기능을 떠받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식시장의 반응은 급락보다 재가격화에 가까웠다. 바론스는 30년물 금리가 5.31%까지 오른 뒤에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 낙폭이 1.33%,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 낙폭이 각각 1.03%, 1.9%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금리 부담이 주식시장에 압력을 줬지만, 즉각적인 시장 붕괴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택금융 쪽에서는 부담이 더 직접적이다. 프레디맥(Freddie Mac)은 8월 20일 기준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가 6.65%라고 밝혔다. 일주일 전 6.67%보다 낮았지만, 1년 전 6.58%보다는 높았다. 미국 모기지 신청과 금리 정체를 다룬 본지 보도처럼 주택 수요는 금리 수준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크립토 시장과의 연결점은 달러와 재정 논쟁이다. 미국 부채와 이자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법정화폐 가치와 장기 실질수익률을 둘러싼 논쟁이 되살아난다. 미국 연방부채 증가와 디베이스먼트 거래를 다룬 본지 보도도 같은 배경에서 비트코인(BTC)과 금 같은 가치 저장 자산 논의를 전했다.

이번 논쟁은 고금리 공포가 과장됐는지, 부채 구조가 뒤늦게 비용을 드러내는지의 문제다. 5%대 장기금리가 곧바로 위기를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CBO와 재무부 수치가 보여주듯 정상 금리가 부담 없는 금리를 뜻하지도 않는다.

재무부의 확대된 장기채 바이백은 9월 9일부터 적용된다. 시장은 11월 4일까지 이어지는 환매 기간 동안 10년물과 30년물 금리, 주택금융 비용, 위험자산 가격 변화를 함께 확인하게 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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