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약정 530조원 넘은 4대 금융, 실행률이 관건

| 강이안 기자

4대 금융지주의 대출약정 규모가 6월 말 530조원을 넘어섰다. 아직 대출잔액으로 잡히지 않은 한도지만, 차주의 자금 수요가 붙으면 하반기 신용공급 규모를 흔들 수 있는 잠재 물량이다.

연합인포맥스는 금융권 집계를 토대로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의 6월 말 대출약정이 530조29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512조2041억원보다 17조8256억원, 3.5% 늘어난 규모다.

증가액이 가장 큰 곳은 신한금융이었다. 신한금융의 원화·외화 대출약정은 지난해 말 120조6023억원에서 6월 말 126조8787억원으로 6조2764억원 늘었다. 원화 약정은 3조3268억원, 외화 약정은 2조9495억원 증가했다.

KB금융의 기업·가계 대출약정은 같은 기간 114조6250억원에서 118조9848억원으로 4조3598억원 늘었다. 기업대출 약정은 2조2046억원, 가계대출 약정은 2조1552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의 원화·외화 대출약정은 142조6907억원에서 146조3374억원으로 3조6468억원 늘었다. 원화 약정은 1조1378억원 줄었지만 외화 약정이 4조7845억원 증가했다. 우리금융의 대출약정은 134조2861억원에서 137조8288억원으로 3조5427억원 늘었다.

대출약정은 금융회사가 차주에게 일정 한도 안에서 신용공여를 약속한 금액이다. 약정이 있다고 해서 모두 곧바로 대출잔액으로 잡히지는 않는다. 차주가 실제로 자금을 인출하거나 약정을 실행해야 대출로 전환된다.

이 때문에 실행 전 약정은 이미 나간 대출과 구분되는 잠재 신용공급으로 분류된다. 약정 규모가 커질수록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당장 대출잔액에는 나타나지 않는 자금 수요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하반기 정책 환경도 달라졌다. 금융위원회는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0% 수준으로 높였다. 늘어난 대출 여력은 주택공급 촉진, 청년 주거 안정, 실수요자 애로 해소 등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카드뉴스와 보도자료에는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주택공급 관련 주택담보대출을 총량관리 목표와 별도로 관리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LTV와 DSR 규제비율, 주택가격별 주택담보대출 한도 등 기존 대출규제는 유지된다.

은행권의 취급 여력이 넓어진 상황에서 기존 약정의 실행률이 함께 오르면 실제 자금 공급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기업 차주는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시장을 통한 조달이 어려워질 때 미리 확보한 약정을 활용할 수 있다.

가계 차주도 주택 관련 자금 수요에 따라 약정을 실행할 수 있다. 신규 대출과 별개로 기존 약정이 대출로 바뀌면 금융회사가 공급해야 할 자금 규모도 그만큼 늘어난다.

약정 실행은 금융회사 건전성 지표와도 연결된다. 대출로 전환된 금액은 금융회사 자산으로 잡히고 위험가중자산을 늘릴 수 있다. 자본비율 관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하나금융은 대출약정과 금융보증계약에 대해서도 신용위험 변화에 따라 기대신용손실(ECL)을 측정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대출약정을 고객에게 신용공여를 약속한 한도로 설명하면서 대출한도와 자산유동화전문회사 등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이 포함된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약정은 실제 대출잔액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지만 차주의 수요와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제 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약정 실행이 늘어나면 전체 신용공급뿐 아니라 금융회사의 유동성과 자본 관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실행 규모는 금융지주별 자본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지는 앞서 4대 금융지주 회장의 성과급 기준이 순이익 중심에서 건전성, 주주가치, 비은행 수익, 인공지능 역량으로 넓어졌다고 보도했다. 하반기에는 신규 대출 여력과 기존 약정 실행 규모가 함께 금융회사별 유동성·자본 관리 부담을 가를 예정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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