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이 초장기 국고채 발행 축소 논의에 대해 재무 건전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장기 보험계약에 맞춰 자산 만기를 관리해야 하는 보험권에서는 30년물 등 초장기채 공급이 줄면 자산부채관리(ALM)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내용은 연합인포맥스가 24일 보험업권을 인용해 보도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생명보험사를 대상으로 초장기채 발행 축소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생보사들은 “당초 계획한 발행 물량의 범위 내에서 축소하는 것은 괜찮지만 그 이하로 낮추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발행 축소 자체보다 예고된 범위를 넘어서는 조정이 문제라는 취지다.
쟁점은 국고채 30년물 등 초장기물 수급이다. 초장기채는 장기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가 자산과 부채 만기를 맞추기 위해 사들이는 대표 자산이다.
보험권에서 국고채 30년물이 ‘주인 있는 채권’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기가 긴 보험부채를 보유한 생보사에는 초장기채가 단순 투자자산이 아니라 규제 대응과 재무 관리에 필요한 수단으로 작동한다.
정부가 제시해 온 연간 가이던스에서 20년 이상 장기물 발행 비중은 35%±5% 수준이다. 생보사들은 이 범위에 맞춰 연간 장기채 매입 계획을 세운 상태다.
예고된 비율보다 장기물 발행이 줄어들면 보험사들은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매입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장기채 금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사 재무에는 반대 방향의 부담도 생긴다.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보험부채 평가에 쓰이는 할인율도 낮아지고, 장기 부채 평가액이 늘어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하락할 수 있다.
킥스는 보험사가 예상 밖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다. 금리 변화가 자산과 부채에 동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같은 금리 흐름도 회사별 자산·부채 구조에 따라 다른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본지는 앞서 국고채 30년물 금리 상승이 생보사 킥스 비율과 재무 건전성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도 초장기채 금리 변화가 회사별 ALM 구조에 따라 재무 지표에 다르게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됐다.
금융당국도 보험사의 금리 민감도 관리를 요구해 왔다. 듀레이션 갭 규제는 2027년부터 도입되고, 최종관찰만기는 2028년부터 24년으로 늘어난다.
듀레이션은 금리 변화에 대한 자산과 부채 가치의 민감도를 뜻한다. 보험사는 장기 보험계약의 현금흐름에 맞춰 자산 만기를 조정해야 하는데, 장기채 공급이 줄면 규제 대응과 재무 건전성 관리가 동시에 어려워질 수 있다.
한 보험업권 관계자는 “가이던스 이상으로 장기물 비중을 줄이면 계획상 맞춰둔 듀레이션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권의 우려는 초장기채 발행 축소가 단기 수급 조정에 그치지 않고 연간 운용 계획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초장기채 논의는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과 맞물려 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연 5.3%를 넘어서며 19년 만의 최고 수준에 올랐고, 일본 장기금리도 30년 만의 고점권에 진입했다.
국내 국고채 30년물 금리도 연 4.7%를 돌파해 2012년 첫 발행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본지는 앞서 국고채 30년물 금리 상승과 초장기채 수급 부담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1일 시장점검회의에서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 중동 불확실성 등이 복합 작용하며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 장기 국채금리가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오르고 있다”며 “우리 채권시장도 초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가 오르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초장기물 발행 조정 여부는 금융당국의 의견수렴 결과와 정부의 국채 발행 계획에서 확인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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