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에리언 "장기금리, 연준보다 채권 수급"

| 서도윤 기자

미국 장기금리 상승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시장의 시험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핵심은 연준 신뢰보다 정부와 민간이 동시에 늘리는 채권 공급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Mohamed El-Erian)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24일 현지시간 엑스(X) 글에서 장기물 금리 상승에 대해 “더 정확하게는 시장이 막대한 규모의 공공 및 민간 채권 발행 일정을 마주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연합인포맥스가 보도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 걸프협력회의(GCC) 자금도 각자의 내부 문제로 미 국채 수요를 충분히 받쳐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엘 에리언은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의 오는 28일 잭슨홀 연설을 앞두고 일부 시장 전문가들이 채권시장이 연준을 시험하고 있다고 말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그는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 시장 지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쟁점은 장기금리 상승의 원인을 어디에 두느냐다. 연준의 통화정책 신호가 장기물 금리에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엘 에리언은 지금의 흐름을 채권 수급 문제로 읽었다.

미국 정부의 재정 조달과 기술 부문의 자금 수요가 동시에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흡수할 장기 자금이 충분한지가 시장의 초점이라는 뜻이다. 통상 채권 발행이 늘고 이를 받아줄 수요가 약해지면 채권 가격에는 하방 압력이, 수익률에는 상방 압력이 생긴다.

장기금리는 만기가 긴 국채나 회사채의 수익률이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정부와 기업, 가계의 장기 차입 비용은 높아진다.

본지는 앞서 미국 장기채 ETF 가격 하락과 국채 공급 부담, 빅테크 채권 발행 증가가 겹쳤다고 보도했다. 이번 엘 에리언 발언도 장기금리 상승을 연준 신뢰 문제 하나로 좁히기보다 국채와 회사채 수급으로 봐야 한다는 흐름에 놓여 있다.

시장 관심은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오는 27~29일 열리는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으로 옮겨가고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장기금리와 인플레이션 기대에 어떤 메시지를 낼지는 실제 발언 이후 확인될 예정이다.

이번 논쟁은 연준의 신뢰 문제와 재정 부담, 민간 자금 수요가 한꺼번에 장기금리에 반영되는 국면에서 나왔다. 시장이 연준의 정책 의지를 의심하는지, 아니면 늘어난 채권 공급을 가격에 반영하는지는 해석이 갈릴 수밖에 없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이 흐름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같은 위험자산을 볼 때 빠지기 어려운 거시 변수다. 장기금리가 오르면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이 높아지고, 달러 유동성과 위험 선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본지는 앞서 장기금리 상승이 주식 밸류에이션과 채권의 분산투자 기능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재정 적자, 국채 공급 부담이 장기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다만 이번 발언만으로 특정 자산 가격의 방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확인된 내용은 엘 에리언이 장기금리 상승을 연준 시험론보다 채권 공급과 수요의 문제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워시 의장의 실제 잭슨홀 발언은 오는 28일 이후 확인된다. 장기금리와 연준 정책 신호에 대한 시장 반응도 연설 내용과 이후 국채 수급 흐름에 따라 다시 정리될 예정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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