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 스트레티지($MSTR) 이사회 의장이 비트코인(BTC)을 은행, 기업, 정부, 금융상품과 공존하는 '디지털 자본'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기수탁과 탈중앙성을 중시해 온 비트코인 초기 문화와 제도권 금융 편입 논리가 다시 맞붙는 흐름이다.
BTC타임스는 세일러가 8월 24일 공개한 글 'The Bitcoin Reformation'과 X 게시물에서 비트코인 정통론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세일러는 "비트코인은 원칙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편견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를 부정하기보다 적용 범위를 넓히자는 주장이다.
세일러가 제기한 쟁점은 △사토시 나카모토를 절대 규범의 원천이 아니라 창립자로 볼 것 △자기수탁을 의무가 아니라 권리로 볼 것 △ETF와 기업 주식, 채권, 파생상품을 모두 '종이 비트코인'으로 묶어 배척하지 말 것 등이다. 이는 비트코인의 순수성을 지키는 방식보다 자본시장 안에서 활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에 무게를 둔 해석이다.
그는 비트코인을 개인 간 전자현금에만 묶어 보지 않는다. 비트코인이 희소한 장기 가치저장 수단이자 준비자산으로 쓰일 수 있고, 임금·세금·회계·일상 결제에는 법정화폐가 계속 쓰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점에서는 비트코인이 금, 채권, 주식, 부동산과 경쟁하는 자본자산으로 자리 잡는다.
자기수탁은 개인이 비트코인 개인키를 직접 보관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수탁은 은행, 거래소, 전문기관이 보관 책임을 맡는 구조다. 비트코인 초기 문화에서는 제3자를 믿지 않고 직접 보유하는 방식이 핵심 가치로 여겨졌지만, 기관 자금이 들어오는 과정에서는 수탁과 상장상품이 통로 역할을 해 왔다.
세일러의 발언이 단순한 신념 선언으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는 스트레티지의 자본 운용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티지는 7월 30일 실적 발표에서 7월 26일 기준 비트코인 84만3775개를 보유했다고 밝혔다. 같은 발표에서 회사는 연초 이후 비트코인 매도 2억1840만 달러(약 3025억원)를 집행했고, 달러 준비금을 37억5000만 달러(약 5조1938억원)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스트레티지는 비트코인 현금화 프로그램을 통해 달러 준비금, 우선주 배당, 이자, 자사주와 디지털 크레딧 증권 재매입에 매도 대금을 쓸 수 있도록 했다. 회사는 8월 3일 달러 준비금을 40억 달러(약 5조5400억원)로 늘리고 STRC 8100만 달러(약 1122억원)어치를 재매입했다고 밝혔다.
코인데스크는 8월 26일 스트레티지의 달러성 자산이 66억9000만 달러(약 9조2657억원)에 이르러 전환사채 67억5000만 달러(약 9조3488억원)와 거의 같아졌다고 보도했다. 코인데스크는 이를 두고 회사의 순레버리지가 사실상 0에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이 흐름은 세일러가 앞서 비트코인 금융화 필요성을 제기한 흐름과 이어진다. 당시에도 핵심은 비트코인을 전통 금융과 분리된 자산으로만 보지 않고, 자본·신용·지분·부채와 연결되는 구조로 해석하는 데 있었다.
스트레티지의 최근 운용은 비트코인 매각과 STRC 환매를 함께 진행한 자본 관리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비트코인을 핵심 준비자산으로 유지하면서도 배당, 이자, 달러 유동성, 증권 재매입에 필요한 현금 흐름을 함께 관리하는 방식이다.
코인데스크는 8월 17일 세일러가 "우리는 비트코인을 살 수 있어야 하듯 팔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과거 '팔지 않는다'는 상징성과 달리, 기업 재무에서는 보유와 현금화가 함께 관리돼야 한다는 현실을 드러낸 발언이다.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쪽은 세일러의 주장을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과 접점을 넓히는 과정으로 본다. 은행 수탁, ETF, 기업 재무, 신용상품을 모두 배제하면 기관 참여와 대규모 자본 유입 경로도 좁아진다는 해석이다.
반대쪽은 자기수탁과 검열저항을 비트코인의 핵심 정체성으로 본다. 이 관점에서는 은행, 수탁기관, 상장상품, 우선주가 비트코인의 자연스러운 확장인지 따져봐야 한다.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는 것과 비트코인 가격에 노출되는 금융상품을 사는 것은 법적 권리와 위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논점은 단순한 가격 전망보다 상품 구조의 차이에 가깝다. 비트코인 현물, 해외 ETF, 비트코인 보유 기업 주식, 우선주와 채권은 모두 비트코인과 연결돼 보일 수 있지만 권리, 변동성, 발행자 위험, 환율 영향이 다르게 작동한다.
이번 논쟁은 비트코인을 지킬 것인가보다 비트코인을 어떤 자본시장 구조 안에 놓을 것인가에 가깝다. 세일러는 8월 24일 글에서 이 문제를 '비트코인 개혁'으로 제시했고, 스트레티지는 7월 말 이후 달러 준비금 확대와 STRC 재매입을 공시로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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