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일 해시레이트 공백, AI 전환 겹쳤다

| 최윤서 기자

비트코인(BTC) 네트워크 해시레이트가 2025년 10월 고점 이후 316일째 새 고점을 넘지 못했다. 채굴 난이도 조정은 단기 회복 여지를 만들고 있지만, 채굴사의 전력·부지 자산이 AI와 고성능컴퓨팅(HPC) 계약에 묶이면서 설비 복귀 속도가 예전보다 느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크립토슬레이트(CryptoSlate)는 2일 BTC 7일 평균 해시레이트가 8월 31일 기준 914EH/s로, 2025년 10월 고점 1,151.6EH/s보다 20.6% 낮다고 전했다. BTC.network도 8월 28일 주간 보고서에서 네트워크 해시레이트 900.6EH/s, 난이도 125.81T를 제시했다. 최근 수치가 900EH/s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해시레이트는 채굴기가 BTC 블록을 찾기 위해 투입하는 연산 능력이다. 해시레이트가 떨어지면 비트코인 프로토콜은 일정 주기마다 난이도를 조정한다. 난이도가 낮아지면 남은 채굴기의 수익 여건이 개선되고, 꺼졌던 장비가 다시 켜지는 흐름이 통상적으로 나타난다.

이번 둔화는 그 경로가 단순하지 않다는 데 초점이 있다. IREN은 8월 27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서 6월 30일 기준 AI Cloud Services 운영 용량이 약 40MW라고 밝혔다. 같은 공시에서 일부 데이터센터에서 BTC 채굴을 계속하면서 해당 용량을 AI Cloud Services로 전환하고 있으며, 12월 31일까지 전환을 크게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테라울프(TeraWulf)는 8월 5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6월 30일 기준 81MW의 수익 발생 critical IT 용량을 운영했고, 7월 초 102MW로 늘렸다고 밝혔다. 회사는 앤스로픽(Anthropic)과 약 401MW 규모 critical IT 용량에 대한 20년 임대계약을 체결했으며, 초기 계약가치를 약 190억 달러(약 26조1060억원)로 제시했다.

라이엇플랫폼스($RIOT)는 8월 10일 SEC 공시에서 록데일 캠퍼스의 191MW critical IT 용량에 대한 20년 데이터센터 임대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제시한 초기 20년 계약가치는 약 91억 달러(약 12조5034억원)다. 첫 96MW는 2027년 12월, 전체 191MW는 2028년 6월까지 단계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이 구조에서는 채굴기가 꺼졌다는 사실만으로 향후 해시레이트 회복을 읽기 어렵다. 전력과 부지가 AI·HPC 고객에게 장기 배정되면, 채굴 채산성이 개선돼도 해당 인프라가 곧바로 BTC 채굴로 돌아오기 어렵다. 채굴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라 회복이 예전보다 덜 자동적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반대 신호도 있다. 마라(MARA)는 8월 6일 주주서한에서 2분기 energized hashrate가 70.3EH/s로 전년 동기 57.4EH/s보다 22% 늘었다고 밝혔다. 비트디어(Bitdeer)는 8월 26일 7월 운영 업데이트에서 자가 채굴 해시레이트가 76.7EH/s에 도달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업계가 순수 채굴 확대, AI·HPC 병행, 전환 가속으로 갈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BTC 네트워크 전체 해시레이트는 고점 회복에 실패했지만, 모든 채굴사가 같은 속도로 채굴 설비를 줄이는 것은 아니다.

코인셰어스(CoinShares)는 3월 27일 시장 업데이트에서 상장 채굴사들이 발표한 AI·HPC 계약 누적액이 700억 달러(약 96조1800억원)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같은 자료는 일부 업체가 2026년 말 AI 인프라에서 매출의 최대 70%를 올릴 수 있다고 봤다.

채굴사는 전력 인프라 기업과 데이터센터 기업 사이에서 다시 평가받고 있다. 기존에는 BTC 가격, 네트워크 난이도, 전기료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였다. 이제는 전력 계약, 부지 인허가, 데이터센터 전환 비용, 고객 계약 이행 속도까지 함께 봐야 하는 구조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번 변화는 BTC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이 사업 구조를 조정하는 흐름은 상장 채굴사 주가와 AI 데이터센터 전환 논의를 함께 움직이게 하는 배경이다. 전력 인프라와 설비 활용도가 채굴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본지는 계약 발표와 실제 매출 인식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장기 임대 계약 규모가 크더라도 착공, 전력 공급, 자금조달, 인허가가 실제 현금흐름을 가르는 단계로 남는다.

수치 해석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해시레이트 고점은 측정 시리즈와 평균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크립토슬레이트는 2025년 10월 고점을 1,151.6EH/s로 잡았고, 해시레이트 인덱스(Hashrate Index)는 같은 시기 고점을 약 1,160EH/s 수준으로 설명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난이도 조정 기능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다만 316일 동안 새 해시레이트 고점이 나오지 않은 배경에는 가격과 난이도뿐 아니라 전력 자산의 쓰임이 바뀌는 변화가 함께 놓여 있다. AI·HPC 계약이 BTC 채굴 해시레이트에 미칠 영향은 2027년과 2028년 인도 일정, 실제 설비 배분 과정에서 더 드러날 예정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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