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중소기업 무역결제 인프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인도네시아 수입기업이 루피아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해 국내 수출기업에 보내는 방식이다.
최원석 피니버스 대표는 1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KRW 스테이블코인·블록체인 금융 전략 및 프렌드십 포럼’에서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최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중소기업 무역결제 혁신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최 대표는 실제 수출기업의 결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무역 현장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를 거치는 기존 국제송금의 결제 지연과 수수료, 환율 변동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다.
기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망을 이용하면 여러 중개은행을 거치면서 결제까지 3~5일이 걸릴 수 있다. 달러로 받은 대금을 다시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는 환율 변동 위험도 발생한다.
최 대표는 “물건을 파는 주체가 결제 수단도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의문에서 출발했다”며 “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만 써야 하는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안 될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제 수단 선택권을 수출기업에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대표가 제시한 모델은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현지통화거래(LCT)를 활용한다. LCT는 달러를 거치지 않고 양국 통화로 거래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인도네시아 수입기업은 현지 디지털자산 거래소에서 루피아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한 뒤 국내 수출기업의 지갑으로 전송한다. 수출기업은 원화가 필요할 경우 받은 스테이블코인의 소각을 요청하고,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은행에서 받는다.
최 대표는 “수입기업은 자국 화폐를 써서 무역 거래를 하고, 구매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지갑으로 전송하면 결제가 끝난다”고 설명했다. 수입기업은 루피아를 사용하고 수출기업은 원화로 정산받는 구조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자산이다. 이번 제안에서는 원화 가치에 연동된 디지털자산을 국제무역 결제와 수출대금 정산에 연결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와 송금, 토큰증권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구조와 실제 수요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본지 보도와도 맞닿아 있다.
피니버스는 이 결제 방식을 실제 무역 현장에서 검증하기 위해 금융규제 샌드박스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국경 간 스테이블코인 결제에 적용되는 외국환거래 관련 규제와 현행 제도의 정합성도 금융당국과 협의할 예정이다.
현행 제도에는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국경 간 무역결제가 명확하게 반영돼 있지 않다. 따라서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결제 과정에 참여하는 거래소와 은행의 역할, 외국환거래 규정 적용 여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발행 여부만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사용처와 유통 인프라를 확보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앞서 국내 수출대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받고 원화로 정산하는 구조도 소개된 바 있어, 무역결제가 원화 기반 디지털자산의 활용처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최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는 얼마나 빨리 인프라를 구성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발행 주체뿐 아니라 지갑, 거래소, 은행, 기업 회계 시스템을 연결하는 결제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모델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실증과 금융당국 협의를 거쳐야 한다. 피니버스는 국경 간 결제에 적용되는 외국환거래 관련 규제와 제도 적용 가능성을 협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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