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통계 왜곡 논란… CPI·PPI 신뢰도 흔들

| 김민준 기자

미국 내 공식 경제통계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이 인플레이션 측정을 위한 자료 수집을 대폭 축소하면서 정부 경제지표의 정밀도와 일관성에 대한 불신이 제기되고 있다.

BLS는 이번 주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출을 위한 가격 조사 표본을 줄이고, 뉴욕주 버펄로, 네브래스카주 링컨, 유타주 프로보 등 3개 도시에서는 아예 조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BLS는 “전체 CPI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지역별 또는 특정 품목의 지수에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현재 가용 자원으로는 기존 수집 방식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연방직 공채 동결 조치*가 있다. 취임 직후부터 진행된 이 조치로 인해 BLS 역시 채용에 제약을 받았고, 이는 곧 인력 부족으로 이어졌다. 실제 BLS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CPI 표본 축소는 일부 도시의 인력 부족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회계연도 예산안에서도 BLS 예산을 전년 대비 8% 삭감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이로 인해 4월 CPI 작성에는 현장조사 기반의 가격정보 대신 BLS가 예외적으로 추정값을 더 많이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변화가 CPI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월별 통계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UBS의 이코노미스트 앨런 데트마이어 팀은 “가격 견본 수의 감축은 CPI 정확성을 저해하고 통계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CPI만이 아니다. BLS는 최근 34개 산업군, 예컨대 주방용품, 완구, 전동공구 등에서 도매물가지수(PPI) 산정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처럼 공급망 전반에 걸친 가격 정보 수집이 동시에 축소되면서 경제지표 전반의 기반이 취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제드 콜코 전 상무부 경제차관은 개인 블로그에서 BLS를 포함한 통계기관의 예산 삭감과 전문가 위원회 해체가 장기적으로 통계 품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BLS 자문위원회 2곳을 해체해, 데이터 생산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에 따른 지식 손실을 복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카고 부스 경영대학원이 3월에 실시한 이코노미스트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대다수 참여자들이 통계인력 감축과 자문위원회 제거가 정부 경제통계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정확한 통계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국채금리를 조율하며, 복지 혜택의 산식을 계산하는 데 기반이 된다. 따라서 CPI와 PPI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단순한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정책과 시장의 방향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