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특사경, '인지수사권' 공식 요청…금융 범죄 대응 새 국면

|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자체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수사 권한 확대를 공식적으로 요청하면서, 금융범죄 대응 방식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특히 민생금융범죄에 대한 선제적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금융감독원 특사경에 사건을 직접 인지하고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2월 19일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특사경의 인지수사권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금감원의 특사경은 주로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에만 활동 영역이 제한돼 있으며, 사건이 외부에서 접수돼야만 수사가 가능하다. 이 원장은 이러한 한계 속에서는 실효성 있는 수사가 어렵다며, 직접적인 사건 인지와 초기 수사 착수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사경이란 특정 분야에 정통한 공무원 또는 행정기관 직원에게 제한된 범위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주로 전문성이 요구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활용된다. 금감원이 요청한 인지수사권은 자본시장뿐 아니라 불법대부업, 보이스피싱 등 일반 민생금융범죄 전반을 조기에 포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찬진 원장은 현재 약 40명의 민생금융 특사경이 확보돼 있지만, 이들이 실질적으로 활동하려면 인지도 강화와 별도의 조사·검사 인력 보강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은 특사경이 인지권한이 없는 현행 구조에 대해 “내사밖에 못 하는 구조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권한 확대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정부 차원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감독원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민우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민간조직인 금감원에 과도한 수사권을 부여할 경우, 권한 오남용이나 국민 법감정과의 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제도적 균형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감원의 특사경은 형식상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인 만큼, 수사권 확대가 가져올 법률적·사회적 파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주가조작 범죄 대응에 대한 성과와 과제도 함께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출범시킨 합동대응단의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을 하며,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추가 조사 중인 건이 있으며, 내부 정보를 악용한 범죄 적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금감원의 수사 기능이 어느 수준까지 확대될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인지수사권이 부여되면, 금융감독원이 단순 행정·조사기관에서 실질적인 금융범죄 대응 주체로서 역할을 확대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권한 강화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여전한 만큼, 제도 설계와 부작용 방지 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제도의 실효성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