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1달러 금·86달러 은 동반 신고가 행진… 중앙은행 매입·현직 대통령 트럼프 리스크가 키웠다

| 민태윤 기자

국제 금·은 가격이 동반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3일 새벽 기준 국제 금 현물(XAU/USD)은 온스당 5141.60달러선에서 거래되며 직전 거래일 종가 5097.44달러 수준을 웃돌고 있다. 지난주 초 4900달러대에서 출발한 금 가격은 이달 20일 5100달러선을 종가 기준으로 돌파한 데 이어 추가 상승 구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은 현물(XAG/USD) 역시 온스당 86.69달러 부근까지 올라, 20일 종가 84.54달러에서 추가로 오르며 최근 상승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금과 은은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세부 흐름에는 차이가 나타난다. 금은 전통적으로 금융·정치 불확실성이 커질 때 선호되는 안전자산으로, 중앙은행 보유와 자산 방어 수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자산으로 인식된다. 반면 은은 귀금속이면서 동시에 전기·전자, 신재생에너지 등 산업용 수요 비중이 커 글로벌 제조업·경기 흐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가격에 보다 민감하게 반영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금이 사상 최고 수준대에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는 가운데, 은이 뒤늦게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따라붙는 양상이 관측된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GLD)는 지난주 후반으로 갈수록 상승 폭을 키웠다. 13일 462.62달러에 마감한 뒤 17일 448.20달러까지 조정받았으나, 20일 종가는 468.62달러로 반등 폭을 넓혔다. 은 ETF인 iShares Silver Trust(SLV)도 13일 69.72달러에서 17일 66.37달러로 내려간 뒤, 20일 76.62달러로 되돌림을 넘어서는 강한 오름세를 보였다. ETF 가격은 실물 금·은 가격과 동행하면서도 주식시장 내 위험 선호·회피 심리가 함께 반영되는 지표로, 최근 흐름은 귀금속 자산에 대한 관심이 다시 강화되는 국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배경에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기조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쳐 있는 모습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해 중단했던 금 매입을 다시 재개하고, 미 국채 보유를 줄이며 금 비중을 높이고 있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중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금을 순매수해 왔고, 러시아 제재 과정에서 드러난 해외 자산 동결 사례가 실물 금 보유 확대 논의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튀르키예·인도·폴란드 등 신흥국 중앙은행도 최근 몇 년간 연간 1000톤 안팎 규모로 금을 매입해 온 것으로 알려지며, 달러 자산 의존도를 조정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세계 2위 금 보유국인 독일을 중심으로 미국에 보관 중인 금을 국내로 되가져오자는 여론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관세 정책, 미국 국채 매각 카드 거론 등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부각되면서, 일부 국가에서 준비자산 구성과 보관 장소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논의들은 직접적인 가격 결정 요인이라기보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금을 정치·제재 리스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시키며 금의 전략적 자산 성격을 부각시키는 배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물 시장과 ETF 시장의 흐름은 전체적으로 같은 방향을 보이면서도 속도와 폭에서는 차이를 드러낸다. 국제 현물 가격은 각국 중앙은행 수요, 장기 보유 성격이 강한 투자자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완만한 조정을 거치는 경향이 있다. 반면 GLD·SLV와 같은 상장지수펀드는 하루 단위로 유입·이탈이 자유로운 자금이 주로 거래돼, 단기 매매 수요와 헤지(위험 회피를 위한 반대 방향 거래) 수요가 결합되며 가격과 거래대금 변동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며칠간은 현물 금·은이 사상 최고 수준대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ETF 역시 동반 강세를 보이는 등 실물 시장과 금융 시장이 대체로 비슷한 방향성을 공유하는 구간으로 나타난다.

시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방어적 성격과 위험 관리 의식이 강화된 양상을 보여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 지속, 주요국 간 지정학적 긴장과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재정 운용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투자 환경 전반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미국을 포함한 주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국면에 들어서면서 이자 수익이 줄어드는 자산보다 실물 자산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흐름이 귀금속 가격 형성의 배경 요인으로 함께 거론된다.

은 가격 강세는 이러한 방어 수요에 더해, 산업용 수요 기대와 결합된 측면이 있다. 태양광, 전기차, 전자 산업 등에서 은 사용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회복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논의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은은 금보다 변동성이 크고, 상승·조정 폭이 모두 크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어 최근와 같은 구간에서 가격 등락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금과 은은 이처럼 중앙은행 정책, 금리 수준, 환율, 전쟁·제재 등 정치·지정학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으로 분류된다. 단기적으로는 거시 지표 발표, 통화정책 발언, 갈등 심화·완화 소식 등에 따라 가격이 비교적 큰 폭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일정 수준의 변동성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시장 전반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