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 아이작(FICO), 10억 달러 채권 발행·15억 달러 자사주 매입…신용 데이터 플랫폼 확장 가속

| 김민준 기자

미국의 대표적인 신용평가·분석 소프트웨어 기업 페어 아이작(Fair Isaac, FICO)이 대규모 자금 조달과 신용평가 플랫폼 확장, 금융 포용 프로젝트 강화 등을 동시에 추진하며 글로벌 ‘신용 데이터 생태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회사는 채권 발행 계획과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신용평가 기술과 금융 교육 확대 프로젝트를 잇달아 내놓으며 시장과 금융 산업 전반에서 존재감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페어 아이작(FICO)은 총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 규모의 ‘선순위 무담보 채권’ 발행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만기는 2034년이며 사모 방식의 Rule 144A/Reg S 구조로 발행된다. 회사 측은 조달 자금을 기존 리볼빙 대출 상환과 2026년 만기 4억 달러(약 5,760억 원) 규모의 5.25% 선순위 채권 조기 상환, 수수료 및 일반 기업 운영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채권은 발행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2026년 3월 26일 전액 상환될 예정이다.

같은 시기 페어 아이작(FICO)은 새로운 디지털 분석 플랫폼인 ‘FICO 스코어 크레딧 인사이트 랩’을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금융기관이 대출 포트폴리오를 벤치마킹하고 다양한 신용평가 전략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총 5개의 인터랙티브 분석 도구가 제공되며, 미국 신용조합 STCU(회원 약 30만 명)가 초기 사용자로 참여해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랫폼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은 ‘FICO 스코어 10 스위트’ 도입 시 예상되는 신용 리스크 변화와 승인 전략을 사전에 모델링할 수 있다.

주주가치 제고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페어 아이작(FICO) 이사회는 최대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회사는 공개 시장 거래와 협상 거래 방식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으며, 이번 프로그램은 2025년 6월부터 진행됐던 기존 매입 프로그램이 종료된 직후 새롭게 도입됐다. 월가에서는 강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자본 배분 전략이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기술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주택 구매를 준비하는 소비자를 위한 ‘FICO 모기지 스코어 시뮬레이터’를 출시했다. 해당 기능은 myFICO 프리미어 구독자를 대상으로 제공되며 카드 대금 상환, 신규 대출 신청 등 다양한 신용 행동이 모기지 신용 점수에 미치는 영향을 가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금융권은 이를 통해 소비자가 주택 구입 전 신용 상태를 전략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생태계 파트너십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페어 아이작(FICO)은 모기지 기술 기업 메리디안링크(MeridianLink)와 협력해 ‘FICO 모기지 다이렉트 라이선스 프로그램’을 해당 플랫폼에 통합하기로 했다. 금융기관과 리셀러는 기존 업무 흐름 내에서 곧바로 FICO 스코어를 발급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회사는 이를 통해 대출 기관의 비용 절감과 가격 유연성 확대, 온보딩 간소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남아시아에서는 슈퍼앱 기업 그랩(Grab)의 금융 사업 부문인 ‘그랩 파이낸스’가 ‘FICO 플랫폼’을 활용해 신용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약 8개월 동안 6개국에서 22개의 신용 의사결정 워크플로가 구축됐으며, 4,600만 명 이상의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했다. 차량 호출 이용 빈도나 상점 매출 등 행동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모델을 통해 신용상품 이용 가능 고객이 약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포용 프로젝트 역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신용상담기관 연합인 ‘전미신용상담재단(NFCC)’은 ‘FICO 스코어 오픈 액세스 프로그램’을 활용해 비영리 채무 조정 프로그램 접근성을 늘렸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평균 부채의 50~60% 수준만 상환하도록 조정되며, 실험 프로젝트 결과 프로그램 참여 자격이 18% 확대되고 평균 신용점수는 약 50포인트 상승했다. NFCC는 매년 10억 달러 이상의 채무 회수를 지원하고 있으며 평균 참가자의 회전 신용 부채는 약 8,000달러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 프로젝트도 강화되고 있다. 페어 아이작(FICO)은 금융교육 플랫폼 기업 반자이(Banzai)와 협력해 ‘Score A Better Future’ 신용 교육 커리큘럼을 미국 학교 교육 시스템에 통합한다. 이 프로그램은 약 15만 명 이상의 교사에게 새로운 신용 점수 교육 자료를 제공하며 미국 전체 학교의 70% 이상에서 수백만 명의 학생에게 신용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실제 금융 결정을 가상 환경에서 체험하며 신용 점수 변화와 장기적인 금융 영향 등을 학습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단순한 신용평가 기업을 넘어 ‘데이터 기반 금융 의사결정 플랫폼’으로의 전환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 기술 업계 한 관계자는 “FICO 스코어는 이미 미국 주요 금융기관의 약 90%가 활용하는 사실상의 표준”이라며 “플랫폼 확장과 글로벌 파트너십이 결합되면 페어 아이작(FICO)의 데이터 영향력은 금융 산업 전반에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