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중동발 정세 불안으로 커진 민생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1조4천570억원 규모의 2026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국제 유가 상승이 교통비와 생활비, 원재료비 전반을 밀어 올리면서 시민 체감 부담이 커지자, 서울시는 취약계층 보호와 대중교통 지원, 소상공인 자금 지원을 한꺼번에 담은 보강 예산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14일 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기존 예산 51조4천857억원보다 2.8% 늘어난 이번 추경안을 이달 15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예산은 세입에서 세출을 뺀 뒤 이월액과 보조금 반납금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남는 돈인 순세계잉여금을 재원으로 활용해, 지방채를 새로 늘리지 않고 편성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당장의 위기 대응에 그치지 않고, 고유가 국면이 길어질 가능성까지 감안해 시민이 일상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에 예산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세부 항목을 보면 피해 계층 밀착지원에 1천202억원, 고유가 대응 체질 개선에 4천976억원, 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업에 대한 서울시 부담분에 1천529억원, 자치구 지원에 3천530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특히 소상공인 지원에는 811억원이 들어간다. 위기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넓히는 데 234억원을 투입하고, 서울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는 기존 1천500억원에서 3천억원으로 확대한다. 상품권은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해 자영업자 매출을 떠받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단기 경기 보완 효과를 노린 조치로 풀이된다.
대중교통 분야 지원도 이번 추경의 핵심이다. 고유가 대응 체질 개선 예산 가운데 4천695억원이 대중교통 이용 확대에 쓰인다. 서울교통공사와 시내버스 회사에 각각 1천억원씩 모두 2천억원을 지원하고, 케이-패스 한시 할인에 1천571억원, 기후동행카드 한시 할인에 1천68억원을 배정했다. 유가가 뛸수록 자가용 이용 비용이 커지는 만큼, 대중교통 쪽 비용 부담을 낮춰 시민 가계지출을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내연기관 차량을 친환경차로 바꾸는 데 281억원을 넣어 전기버스, 전기화물차, 수소버스 보급도 확대하기로 했다. 단기 물가 대응과 중장기 에너지 구조 전환을 함께 겨냥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 추경 배경으로 재정 여건의 이중 부담도 함께 거론했다. 서울시는 정부의 차등 보조 구조로 다른 광역자치단체보다 적은 국비를 지원받고, 보통교부세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복지와 민생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업도 국고보조율이 70%에 그쳐, 서울시가 18%, 자치구가 12%를 각각 부담해야 한다. 시는 이런 조건에서도 관련 예산 1천529억원을 편성해 지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중구 방산시장을 찾아 플라스틱·비닐 등 원재료값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인쇄·포장재 업계 상황을 점검했고, 서울신용보증재단은 14일부터 15일까지 현장상담소를 열어 맞춤형 지원책을 안내하기로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서울시의회 심의 결과에 따라 집행 속도가 좌우되겠지만, 당분간 서울시 재정 운용이 물가 대응과 취약계층 보호, 지역 상권 방어에 더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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