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들은 올해 들어 예금과 채권보다 주식과 상장지수펀드에 더 큰 관심을 보인 반면, 부동산 시장 전망이 다소 나아졌다는 인식에도 실제 부동산 투자 의사는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15일 내놓은 ‘2026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자산가들의 투자 판단은 전반적인 경기 인식 개선과 맞물려 위험자산 쪽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 설문과 하나은행 프라이빗 뱅커 인터뷰를 바탕으로 진행됐고, 전체 2천713명 가운데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를 부자로 분류했다. 실제로 올해 실물 경기가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18%로, 지난해 7%보다 크게 늘었고,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까지 합치면 절반에 가까운 48%가 경기 상황을 전년보다 비슷하거나 더 나아질 것으로 봤다. 연구소는 정부의 주주 친화 정책, 기업가치 제고 기조, 배당 확대 기대가 국내 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키운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자산 배분 전략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부자 응답자의 39%는 올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뜻이 있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은 18%로, 그 반대인 10%보다 많았다. 투자 의향이 가장 높았던 자산은 상장지수펀드로 48%가 투자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29%와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다. 주식 투자 의향도 같은 기간 29%에서 45%로 높아졌다. 반면 지난해 선호도가 높았던 예금과 채권은 각각 35%, 24%로 관심이 줄었다. 다만 금은 30%가 투자 의향이 있다고 답해 지난해 31%와 큰 차이가 없었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도 금은 여전히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는 뜻이다.
부동산은 전망과 행동이 엇갈렸다. 올해 부동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6%로 지난해 7%보다 늘었지만, 실제 매입 의향은 같은 기간 43%에서 37%로 낮아졌다. 매도 의향도 33%에서 32%로 소폭 줄었다. 연구소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부담, 상업용 부동산 침체, 금융투자 선호 확대가 이런 흐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했다. 자산가들 사이에서 부동산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세금과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신규 매입에 나서기보다 금융상품으로 시선을 돌리는 분위기가 짙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자산 구조를 봐도 이런 변화는 확인된다. 2025년 기준 부자들의 평균 총자산은 74억원으로 2024년 68억원보다 늘었고, 총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은 52%였다. 다만 지난 5년 흐름으로 보면 부동산 비중은 2021년 63%에서 지난해 52%로 낮아졌고, 금융자산 비중은 35%에서 46%로 높아졌다. 금융자산 안에서도 단순 예금 비중은 줄고, 상장지수펀드와 펀드 같은 투자성 자산이 늘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를 보유한 부자 비중은 2025년 53%로 절반을 넘었다. 외화자산 보유도 활발했다. 지난해 부자의 71%가 외화 금융자산을 갖고 있었고, 주식을 보유한 사람 가운데 63%는 해외 주식에도 투자하고 있었다. 2023년 48%였던 해외 주식 보유 비중이 2년 새 15%포인트 높아진 셈이다.
이번 보고서는 최근 10년 안에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모은 50대 이하 신흥 부자를 ‘K-에밀리’로 따로 분류해 분석했는데, 이들 역시 금융투자 친화적인 성향이 두드러졌다. 평균 나이는 51세, 총자산은 60억원대였고, 회사원이나 공무원 비중도 30%에 달했다. 이들은 종잣돈 형성 단계에서는 예적금 같은 저축의 힘이 컸다고 답했지만, 이후 자산을 키운 방법으로는 소득 증가와 주식 등 투자 성공을 많이 꼽았다. 앞으로 돈을 버는 방법으로도 부동산보다 금융투자가 낫다는 데 48%가 동의해 일반 부자보다 비중이 높았다. 이 같은 흐름은 자산가들 사이에서 부의 축적 방식이 부동산 중심에서 금융투자 중심으로 점차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국내외 증시 환경과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이런 변화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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