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 헤지펀드 대출 증가로 금융 시스템 위험 고조

| 토큰포스트

미국 대형 은행들이 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 속에서 큰 수익을 올렸지만, 그 배경에 있는 헤지펀드와 트레이딩 회사 대상 대출이 오히려 금융시스템의 약한 고리를 키우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5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은행의 헤지펀드·트레이딩 회사 관련 위험노출액이 빠르게 불어났다고 진단했다. S&P는 이 부문이 발생 가능성은 낮아도 충격이 매우 큰 테일 리스크를 키우고 있으며, 거래상대방 위험과 유동성 위험, 시장 위험이 한꺼번에 확대될 수 있다고 짚었다. 부채 규모와 레버리지 비율이 이미 높은 수준인데다 금융기관들이 촘촘히 연결돼 있어, 한 곳의 문제가 다른 곳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트레이딩 회사가 은행에서 조달한 프라임 브로커리지 여신은 2024년 기준 2조5천억달러, 우리 돈 약 3천700조원을 넘어섰다. 프라임 브로커리지는 대형 투자은행이 헤지펀드 등에 단기자금 대출, 증권 대여, 거래 결제와 청산, 위험관리 같은 서비스를 묶어서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문제는 이 자금이 단순 운용이 아니라 높은 수익을 노린 대규모 차입 투자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국채 현물과 선물의 미세한 가격 차이를 노리는 베이시스 트레이드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자기자본의 수십 배에 이르는 레버리지(빌린 돈을 활용해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식)가 동원되기도 한다.

이런 구조의 위험성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20년 3월 팬데믹 당시 긴급 양적완화에 나선 배경 중 하나로 베이시스 트레이드 청산이 불러온 채권시장 혼란을 지목한 바 있다. 2021년에는 아케고스 파산 사태가 대표 사례로 꼽혔다.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 황이 이끈 아케고스는 총수익스와프(TRS)와 차액거래(CFD) 같은 파생상품을 활용해 보유 자본을 크게 웃도는 자금을 주식시장에 투입했고, 차입 규모는 한때 1천600억달러, 약 230조원까지 불어났다. 이후 주가 하락으로 추가 증거금을 요구받는 마진콜이 발생하자 회사는 무너졌고, 투자은행들은 약 100억달러 손실을 입었다.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도 이 여파를 크게 입어 결국 UBS에 인수됐다.

그럼에도 월가가 이 시장에 더 깊이 관여하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시타델 증권, 제인 스트리트, 허드슨리버 트레이딩 같은 대형 트레이딩 회사들은 이미 거래 규모 면에서 핵심 고객층으로 자리 잡았고, 제인 스트리트의 분기 평균 수입은 5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피모건체이스,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이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낸 것도 미·이란 전쟁 여파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동안 거래량이 늘면서 관련 수수료와 금융서비스 수입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은행은 이들에게 거래 실행과 청산, 단기대출, 증권대여, 위험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돈을 번다.

S&P는 앞으로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지거나 거래 상대방의 신용이 흔들릴 경우, 레버리지 포지션이 짧은 시간 안에 한꺼번에 청산되면서 은행의 프라임 브로커리지와 증권금융 부문이 직접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지금의 호실적이 단기적으로는 은행 수익을 떠받치고 있지만, 반대로 위기 국면에서는 손실이 증폭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점검과 대형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감시 강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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