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앞으로도 대만에 뒤진 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22년 만에 대만에 역전을 허용한 데 이어, 2031년에는 두 나라의 차이가 1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과 IMF에 따르면 IMF는 4월 15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를 3만7천412달러로 예상했다. 지난해 3만6천227달러보다 3.3% 늘어난 수치지만, 지난해 10월에 제시했던 전망치와 비교하면 소폭 낮아졌다. 원/달러 환율 상승처럼 달러 기준 소득을 깎아내리는 요인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IMF는 한국이 2028년 4만695달러로 1인당 GDP 4만달러를 넘길 것으로 봤다.
반면 대만은 더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IMF는 대만의 1인당 GDP가 지난해 3만9천489달러에서 올해 4만2천103달러로 늘어 한국보다 먼저 4만달러 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2029년에는 5만370달러로 5만달러도 넘어설 것으로 봤다. 한국과 대만의 격차는 2026년 4천691달러, 2027년 5천880달러, 2028년 6천881달러, 2029년 7천916달러, 2030년 9천73달러로 해마다 확대되고, 2031년에는 한국 4만6천19달러, 대만 5만6천101달러로 1만달러 이상 벌어질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같은 기간 국제 순위도 한국은 올해 40위에서 2031년 41위로 한 계단 밀리고, 대만은 32위에서 30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차이는 최근의 성장 구조 차이와도 맞물려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 8곳이 제시한 올해 대만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기준 평균 7.1%로 집계됐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도 오히려 전망치가 올라갈 정도로 반도체와 정보기술 산업에 대한 기대가 강하다는 뜻이다. 대만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평균 1.9%로 통상적인 물가 목표 수준인 2%를 밑돌았다. 성장률은 높은데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다. 반면 한국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평균 2.4%로 성장률 전망치 2.1%보다 높게 제시됐다. 경기는 강하지 않은데 체감 물가는 더 높은, 이른바 저성장·고물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의미다.
생활 수준을 비교할 때 쓰는 구매력 평가(PPP) 기준 수치에서도 대만의 우위가 뚜렷했다. 구매력 평가는 각 나라의 물가 수준을 반영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살 수 있는지를 따지는 방식이다. IMF는 올해 대만의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GDP를 9만8천51달러로, 한국 6만8천624달러와 일본 5만9천207달러보다 크게 높게 추산했다. 대만은 내년 10만달러, 2029년 11만달러, 2031년 12만달러를 차례로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노무라증권의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의 고속 성장 배경으로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기술 산업 집중 효과와 활발한 국내 투자를 꼽았다. 그러면서 한국이 지속 성장을 이루려면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만 기대기보다 반도체와 AI 생태계를 넓히고, 모험자본을 공급할 금융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한국 경제가 환율이나 경기순환보다 산업 구조 경쟁력에서 더 큰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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