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당 4,751달러 금·79달러 은, 전쟁 완화에도 ‘고점 혼조’…중국·러 중앙은행 매입이 지지선 되나

| 김서린 기자

국제 금·은 가격, 고점 부담 속 혼조…전쟁 완화·중앙은행 매입이 배경

20일(현지시간) 국제 금 현물 가격(XAU/USD)은 온스당 4,751.4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은 현물(XAG/USD)은 온스당 79.10달러선에 형성돼 있다. 금과 은 모두 역사적 고점권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중동 전쟁 초기 급등 이후 최근에는 휴전 소식과 함께 변동폭을 조정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금 가격은 이란을 둘러싼 군사 충돌 국면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부각되며 빠르게 뛰었으나, 휴전 합의와 지정학적 긴장 완화로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온 뒤 현재는 고점 인근에서 방향성을 모색하는 국면으로 해석된다. 산업용 수요 비중이 큰 은 가격도 같은 기간 동반 상승했지만, 경기 기대와 위험 선호 심리가 함께 작용하면서 금보다 변동성이 큰 흐름을 보여온 것으로 관측된다.

금 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GLD)와 은 ETF인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SLV)는 최근 현물 가격 흐름을 상당 부분 반영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GLD는 금 현물의 고점 인식과 안전자산 선호가 교차하는 가운데 보합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양상으로, 투자자 심리가 단기 방향보다 포트폴리오 방어에 무게를 두는 정조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LV 역시 은 가격 강세에 따라 높아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경기 민감 자산 성격이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금 ETF에 비해 다소 널뛰는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지정학 변수는 가격 형성의 중요한 배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은 초기 금 가격에 직접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으나, 이후 휴전 소식과 함께 지정학적 충격이 어느 정도 진정되는 양상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에서 ‘선별적 봉쇄’로 전환한 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등 동맹국에 파병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점 등은 시장에서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함께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러시아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가 현물 가격을 지지하는 배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17개월 연속 금을 순매수하며 지난달 약 16만온스(약 5t)를 추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달러 자산 변동성과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한 비축 수단으로 금 비중을 높이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역시 서방 제재로 달러 자산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외환보유액 내 금 비중을 40% 수준까지 높이며 탈달러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어, 세계 중앙은행의 구조적 금 수요가 가격 형성의 하단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시장에서 인식되고 있다.

현물 가격과 ETF 흐름의 관계를 보면, 실물 수요와 금융 투자 수요가 맞물리며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중앙은행·주요국 정부의 실물 금 매입 확대가 중장기적인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GLD·SLV 등 ETF에서는 단기 금리 기대와 환율, 지정학 뉴스에 따라 자금 유입·유출이 빈번하게 오가는 모습이다. 현물 시장이 비교적 완만한 흐름을 유지할 때에도 ETF 시장에서는 단기 매매 중심의 변동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도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금·은 가격 흐름이 보여주는 시장 분위기는 방어적 성격과 위험 자산 선호가 공존하는 ‘혼조 국면’에 가깝다. 이란 전쟁의 격화 국면에서는 안전자산 선호가 두드러졌으나, 휴전과 중국 위안화 강세, 위험 선호 회복 등 요소가 더해지며 일부 자금은 주식·원자재 등 다른 자산으로 이동하는 움직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다만 미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가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유가, 중동 정세를 둘러싼 변수들이 금·은 시장의 방어적 수요를 자극하는 재료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의 금 비중 확대 추세도 투자 심리에 일정한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을 늘리는 움직임, 일부 보유 자산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조치 등은 국제 통화 질서 변화에 대비하려는 장기 전략으로 해석되며, 금을 ‘준(準)통화’ 성격의 안전자산으로 재평가하는 분위기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수요와 단기 지정학 이벤트가 교차하면서, 은을 포함한 귀금속 전반이 방어적 자산이자 위험·경기 민감 자산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동시에 드러내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금·은 가격은 본질적으로 미 연준의 금리 정책, 주요국 환율, 전쟁·제재 등 정치·지정학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으로 분류된다. 단기적으로는 뉴스 흐름과 정책 기대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현재와 같은 고점권·불확실성 국면에서는 가격의 일시적 등락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 시장에서 공통적인 유의사항으로 인식되고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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