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에너지 공급 불안이 미국 물가를 다시 자극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더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시장에서 빠르게 힘을 얻고 있다.
21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보고서를 보면, 주요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올해 안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그 출발점은 대체로 9월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연준은 물가가 충분히 안정됐다고 판단해야 금리 인하에 나서는데, 최근 중동발 에너지 충격으로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이런 판단이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금리를 내리는 횟수 자체는 지난달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인하를 다시 시작하는 시점과 인하를 마무리하는 시점은 전반적으로 뒤로 밀렸다.
기관별 전망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준이 7월까지 두 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지만, 이번에는 금리 인하 종료 시점을 10월로 늦췄다. 씨티와 노무라, 웰스파고는 금리 인하 종료 예상 시점을 9월에서 12월로 조정했고, 인하 횟수는 씨티 3회, 뱅크오브아메리카·노무라·웰스파고 2회로 유지했다. 티디는 인하 횟수 전망을 3회에서 2회로 줄였고, 최종 금리 상단을 3.00%로 제시했다. 반면 제이피모건은 지난해 12월로 이미 금리 인하 국면이 끝났다고 보고, 올해 추가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바클레이즈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는 연내 2회, 도이체방크는 1회 인하 전망을 유지했는데, 10개 투자은행 가운데 모건스탠리만 유일하게 9월 이전에 두 차례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시장 가격에도 이런 변화가 반영되고 있다. 선물 시장이 반영한 올해 9월 미국 정책금리 전망치는 2월 3.25%에서 3월 3.50%, 4월 3.62%로 계속 올라갔다. 이는 투자자들이 연준이 생각보다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가능성을 점점 크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에너지 공급 충격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번질 수 있는 만큼, 연준이 당분간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물가 흐름을 확인하는 관망 태도를 이어갈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 물가 지표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3% 올라 2024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8.9% 급등하면서, 오래 쓰지 않고 비교적 빨리 소비하는 상품을 뜻하는 비내구재 가격 상승률도 4.9%로 전월 1.7%보다 크게 뛰었다. 3월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3.8%로 전월 3.4%보다 높아졌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오를지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전망인데, 이것이 올라가면 실제 가격과 임금 결정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특히 민감하게 본다. 한국은행은 중동 지역 군사 충돌이 길어질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번지면서 물가 압력이 더 넓게 확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과에 대한 시장 평가와도 맞닿아 있다. 시장은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유가 충격 등으로 인플레이션 둔화가 제약될 수 있다고 본 점, 그리고 금리 인하를 예상보다 적게 보는 위원들의 시각에 주목하면서 전체적으로 매파적이었다고 해석했다. 결국 앞으로 미국 금리 경로는 중동 정세와 에너지 가격, 그리고 이 영향이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과 실제 물가로 얼마나 번지는지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제약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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