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화, 중동발 에너지 충격에 실질 가치 최저치 기록

| 토큰포스트

지난 3월 원화의 실질 가치는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환율 불안이 겹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단순히 원/달러 환율이 올랐다는 차원을 넘어, 국제 교역에서 원화로 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어서 대외 구매력 약화가 뚜렷해진 모습이다.

26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3월 말 기준 85.44(2020년=100)로, 2월보다 1.5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9년 3월 79.31 이후 17년 만의 최저치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 통화의 실제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특정 통화와의 명목 환율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요 교역국 통화 가치와 물가 수준까지 함께 반영한다.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해당 통화의 실질 가치가 기준 연도보다 낮아졌다고 해석한다.

원화 약세가 심해진 배경에는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있다.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뛰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수입 부담이 급격히 커졌고, 동시에 원/달러 환율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6.3% 올랐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 선을 넘기도 했다. 한국은행 집계에서 3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는 169.38로 2월 145.88보다 16.1% 올라, 1998년 1월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입 가격이 이처럼 빠르게 오르면 같은 원화로 해외 상품을 덜 살 수 있게 돼 실질실효환율도 내려간다.

국제 비교로 봐도 원화의 약세는 두드러졌다. 지난 3월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BIS가 집계한 64개국 가운데 일본 66.33, 노르웨이 72.7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일본 엔화 역시 같은 달 1973년 변동환율제 전환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렸다.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2020년 10월부터 2021년 7월까지 100을 웃돌았지만, 이후 달러 강세와 아시아 통화 약세 흐름 속에 하락세를 이어왔다. 여기에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90선 초반으로 내려앉았고, 지난해 10월 환율 급등 이후에는 80대로 떨어져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90을 밑돌고 있다.

다만 이달 들어서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으로 환율 상승 속도가 다소 진정됐지만, 시장의 경계심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환율은 여전히 1,470원에서 1,480원 안팎의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일단락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데다, 달러 수요와 미국 자산 선호가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에도 원화 강세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국제 유가와 중동 정세가 빠르게 안정되지 않는 한, 원화의 실질 가치 회복도 완만한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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