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여파로 한국 에너지 수입구조 대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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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지난달 한국의 원유와 나프타, 헬륨 수입이 줄었고, 중동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원료 조달 구조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6일 한국무역협회 통계 서비스 케이-스탯에 따르면 지난달 원유 수입액은 59억5천만달러로 1년 전보다 5.3% 감소했다. 특히 한국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같은 달 73%에서 올해 63%로 10%포인트 낮아졌다. 국가별로 보면 최대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19억8천만달러로 13.4% 줄었고, 아랍에미리트는 8억9천만달러로 7.7%, 이라크는 4억9천만달러로 19.0%, 쿠웨이트는 2억5천만달러로 46.4% 각각 감소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 산유국의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해상 통로여서, 이 구간이 막히면 한국처럼 중동산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직접적인 충격을 받기 쉽다.

줄어든 중동산 물량은 주로 미국산이 메웠다. 지난달 미국산 원유 수입은 13억7천804만달러로 지난해보다 75.8% 급증해 1년 8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산 원유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경질유라서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들여오는 중동산 중질유와 섞어 쓰기 좋다는 장점이 있다. 정유업계가 단기 현물 거래를 늘려 미국산 도입을 확대한 배경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에너지 수입 확대를 요구하는 통상 환경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중동산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미국 비중 확대는 불가피하며, 이는 대미 투자와 별개로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중요한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중동 전쟁이 진정되더라도 비중동산 원유 도입과 수송 경로 분산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호주산 원유 수입은 1억5천만달러로 44.7%, 말레이시아산은 9천만달러로 140.5% 늘었다.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달 나프타 수입액은 19억9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8% 감소했다. 카타르산은 1억8천만달러로 7.5% 줄었고, 아랍에미리트산 1억7천만달러는 57.5%, 쿠웨이트산 1억달러는 48.1% 각각 감소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각종 화학제품의 출발 원료여서 공급이 흔들리면 석유화학 업계 전반의 생산비와 가동률에 영향을 준다. 다만 수입선 대체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있어 이번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오만산 나프타는 1억7천만달러로 28.5% 늘었고, 그리스산은 1억3천만달러로 193.5%, 미국산은 6천만달러로 5천652.8% 급증했다. 특정 지역에 몰린 공급 구조가 흔들리자 기업들이 단가보다 조달 가능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의 냉각재로 쓰이는 헬륨도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헬륨 수입액은 1천298만달러로 1년 전보다 23.5% 감소했고, 최대 수입국인 카타르산은 654만달러로 30.1% 줄었다. 카타르는 최근 최대 헬륨 산업단지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멈추면서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진 상태다. 문제는 헬륨 생산국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헬륨 수입의 64%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위기가 길어질수록 대체 수입처를 찾기가 원유나 나프타보다 더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미국 등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해 국내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민간에서는 구조적인 취약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실 한국무역협회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충격이 산지 집중과 해상 병목이 겹친 구조적 공급 충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실제 물량 확보 중심의 조달 체계 전환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고유가와 공급망 단절에도 생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산업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공급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현장 상황을 점검하며 보건의료와 핵심 산업에 필요한 석유화학 원료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태는 한국 산업이 특정 지역과 특정 해상로에 얼마나 크게 기대고 있는지를 다시 보여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원유뿐 아니라 석유화학 원료와 산업용 가스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단순한 수입처 확대를 넘어 비축, 물류, 장기계약을 함께 손보는 방향으로 정책과 기업 전략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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