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급등하자 30일 국내 국고채 금리가 전 구간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시장에서는 같은 날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보다 중동 정세에 따른 유가 충격이 채권 금리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배경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7.0베이시스포인트(1베이시스포인트=0.01%포인트) 상승한 연 3.595%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23일 연 3.61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 금리는 8.0베이시스포인트 오른 연 3.923%를 기록했고, 5년물과 2년물도 각각 7.4베이시스포인트, 7.0베이시스포인트 상승해 연 3.780%, 연 3.475%로 마감했다. 장기물도 오름폭이 컸다. 20년물은 연 3.876%로 10.2베이시스포인트 올랐고,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9.7베이시스포인트, 9.2베이시스포인트 상승해 연 3.790%, 연 3.649%를 나타냈다.
채권 금리가 일제히 오른 것은 원유 가격 급등이 향후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와 맞닿아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오르면 운송비와 생산비가 함께 뛰고,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커지면 채권시장은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본다. 그 결과 이미 발행된 채권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가격은 내리고, 반대로 금리는 오른다.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유지 방침이 전해진 뒤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시간외 거래에서 배럴당 109달러 수준까지 올라 이런 경계심을 키웠다.
수급 측면에서도 금리 상승 압력이 확인됐다. 외국인은 이날 3년 국채선물을 1만9천901계약, 10년 국채선물을 6천332계약 순매도했다. 국채선물 매도는 통상 채권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 쪽에 베팅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지만, 이번 국내 금리 급등의 핵심 원인은 통화정책보다는 에너지 가격 급등에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과가 다소 매파적 동결로 읽히기는 했지만, 당일 시장을 흔든 재료는 유가였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결국 이날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자체보다도 물가를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는 외부 충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앞으로도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거나 중동 관련 긴장이 더 커질 경우, 국내 채권 금리는 추가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유가가 진정되고 물가 부담이 완화되면 최근의 급등세도 다소 잦아들 수 있어, 당분간 시장은 에너지 가격과 주요국 통화정책 신호를 함께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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