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5대 시중은행의 예대율이 96.0%로 낮아지면서, 은행에 들어온 예금이 대출로 이어지는 속도가 2년 만에 가장 완만한 수준을 보였다. 코스피가 연일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은행 예금은 꾸준히 늘었지만,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대출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뜻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평균 예대율은 96.0%로 집계됐다. 예대율은 은행이 모은 예금 대비 얼마나 대출을 내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통상 수치가 낮아지면 자금은 충분하지만 이를 운용할 대출 수요는 그만큼 강하지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93.6%로 가장 낮았고, NH농협은행 93.9%, 우리은행 97.1%, 하나은행 97.4%, KB국민은행 97.9% 순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NH농협은행만 2.7%포인트 올랐고 나머지 은행들은 모두 하락했다.
이 같은 변화는 예금과 대출의 증가 속도 차이에서 비롯됐다. 5대 은행의 원화 예수금은 지난해 1분기 말 1천668조1천934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천765조823억원으로 4.6% 늘었다. 반면 전체 대출은 같은 기간 1천618조5천159억원에서 1천685조4천93억원으로 4.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쉽게 말해 1년 사이 예금은 약 97조원 불어난 반면 대출은 약 67조원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증시 활황으로 시중 자금이 은행에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와 안전자산 선호가 되살아나면서 대기성 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유입된 영향이 컸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인 자금과 금융기관 자금의 재유입도 예금 기반을 받쳤다.
대출 증가세 둔화는 특히 가계대출에서 뚜렷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분기 말 738조6천517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765조8천259억원으로 3.7% 늘어 전체 대출 증가율 4.1%보다 낮았다. 더구나 지난해 말 767조7천750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1분기에는 오히려 0.3% 줄었다. 부동산 시장 관리 기조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기업대출은 올해 1분기 말 869조3천109억원으로 1년 전보다 4.3% 늘었지만, 내수 회복이 더딘 탓에 증가 폭이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은 1년 사이 1.3% 늘어나는 데 그쳐, 자영업과 소상공인 부문의 체감 경기가 여전히 약하다는 점도 드러냈다.
예대율 하락은 은행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예금이 넉넉하면 은행은 예금 금리를 굳이 높여 자금을 더 끌어올 필요가 줄어든다. 반면 대출 금리는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 예대금리차, 즉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가 커질 수 있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한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지난달 평균 1.512%포인트로, 공시가 시작된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수준을 기록했다. 결국 지금의 흐름은 은행 입장에서는 자금은 많지만 이를 수익성 높은 대출로 충분히 돌리기 어려운 상황을 뜻한다. 향후에도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이 더디면 예대율 하락과 예대금리차 확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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