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이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대출채권 규모가 2026년 1분기 말 3조원에 육박하면서, 금융권의 자산 건전성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
3일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가 공개한 팩트북을 보면, 이들 4대 금융그룹의 1분기 말 추정손실은 모두 2조9천963억원으로 집계됐다. 추정손실은 대출자산 건전성 분류 가운데 가장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항목으로, 회수 가능성이 매우 낮아 사실상 손실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채권을 뜻한다. 지난해 1분기 말 2조8천325억원과 비교하면 5.8% 늘었고, 직전 분기인 2025년 말 2조5천656억원보다는 16.8% 증가했다.
은행과 금융지주는 대출채권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순으로 분류하는데, 추정손실은 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졌거나 12개월 이상 연체가 이어진 경우, 또는 최종부도와 청산·파산, 폐업 등으로 회수 위험이 매우 큰 경우에 적용된다. 쉽게 말해 장부상으로는 남아 있지만 실제로는 돌려받기 어렵다고 보는 자산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부실채권이 누적되는 흐름 속에서 금융회사가 추가 충당금 적립이나 상각(자산가치를 재무제표에서 털어내는 회계 처리) 부담을 안을 가능성도 커진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KB금융의 추정손실은 지난해 1분기 말 6천346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8천72억원으로 27.2% 늘었다. 하나금융은 3천860억원에서 5천30억원으로 30.3% 증가했고, 우리금융도 7천350억원에서 8천260억원으로 12.4% 불어났다. 반면 신한금융은 1조769억원에서 8천601억원으로 20.1% 줄었다. 신한금융은 부실자산을 상각하는 방식 등으로 관리해 추정손실 규모를 낮춘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장기화한 고금리 여건이 자리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저금리 시기에 돈을 빌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높은 이자 부담을 오래 견디면서 상환 여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고물가 영향으로 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부동산 경기 반등도 지연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동산 개발사업 자금조달) 관련 부실이 금융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추정손실 증가는 단순한 회계 수치 변화가 아니라 실물경기 둔화와 취약 차주의 상환 부담이 금융회사 재무건전성에 반영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앞으로 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지거나 부동산 PF 정리가 지연될 경우 금융그룹의 부실채권 부담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부실자산 정리와 충당금 적립이 선제적으로 이뤄지면 손실 확대 속도는 다소 완만해질 수 있어, 향후 금융권의 자산 건전성 관리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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