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고평가 경고... 캠벨 교수 '자산배분 전략 변화 필요'

| 토큰포스트

존 캠벨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6일 현재 시장이 과거와 같은 질서 안에 있는지, 아니면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갔는지를 구분하는 일이 투자 판단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금융공학회가 연 ‘연기금의 바람직한 자산배분 전략’ 심포지엄에서, 숫자만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투자 방식으로는 최근처럼 구조 변화가 큰 시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캠벨 교수는 특히 미국 증시가 역사적으로 부담스러운 가격대에 올라와 있다고 봤다. 그는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 즉 장기간 이익 흐름을 반영해 주가 수준이 싼지 비싼지를 가늠하는 지표인 시에이피이(CAPE)가 약 36배에 이른다고 짚었다. 이는 투자자가 지금과 같은 높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에서 주식을 매수할 경우, 앞으로의 기대수익률은 평균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시에이피이가 높다고 해서 곧바로 증시 급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고평가와 저수익 가능성은 연결될 수 있지만, 그것이 즉각적인 폭락 신호로 단순화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주식과 채권의 관계가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로 제시됐다. 캠벨 교수에 따르면 미국·영국·유로존 장기국채의 채권 베타, 다시 말해 채권 가격 움직임이 주식시장과 얼마나 같은 방향으로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1980∼1990년대에는 플러스였고 2010년대에는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주식과 국채가 대체로 함께 움직였지만, 저금리와 저물가가 이어진 시기에는 둘이 반대로 움직이면서 채권이 분산투자 수단으로 더 유용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지표가 다시 플러스로 돌아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배경으로는 단기 경기순환 위험 확대, 실질 경기 둔화와 함께 나타나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지정학적 충격을 꼽았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보다 영국과 유로존에서 이런 변화 폭을 더 키운 요인으로 분석됐다.

국내 연기금 운용 전략과 관련해서는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이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맞춘 자산배분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이른바 ‘3고’ 환경이 이어지고 인구구조까지 바뀌는 상황에서는, 연기금이 자산과 부채를 함께 관리하는 에이엘엠(ALM·자산부채관리)을 반영한 통합포트폴리오 티피에이(TPA) 체계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금제도는 가입자가 늘고 현금 유입이 많은 성장기와, 지출이 점차 커지는 전환기, 실제 지급 부담이 커지는 감소기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자산배분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실장은 이에 따라 성장기에는 위험자산 75%, 안전자산 25%를, 전환기에는 60%와 40%를, 감소기에는 30%와 70%를 각각 제안했다. 시간이 갈수록 수익 추구보다는 지급 안정성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해외투자와 관련해서는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환 헤지 정책도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해외투자 규모의 15% 수준으로 환 헤지 비중을 설정한 국민연금의 ‘뉴프레임워크’를 합리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다른 기금들도 이를 참고해 각 기금 특성에 맞는 해외자산 환 헤지 원칙을 세우고 일관되게 지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연기금이 단순 수익률 경쟁보다 시장 구조 변화와 지급 책임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자산배분 체계를 더 정교하게 바꿔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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