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한국 주식시장이 주요 선진국 시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인식을 내놨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코스피가 7,000선을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시가총액 순위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세계 13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외형이 커졌다고 해서 평가 매력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 근거로 제시된 지표는 피비알(PBR·주가순자산비율)이다. 피비알은 기업의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어느 수준에서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가치평가 지표인데, 이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구 부총리는 한국 증시가 이 기준에서 선진국보다 아직 낮은 수준이라는 통계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더라도 자산가치나 기업 체력에 비해 충분히 재평가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부는 특히 인공지능(AI) 확산과 반도체 경기의 연결고리를 주목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인공지능 사이클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반도체 업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른바 입도선매, 즉 미리 주문을 넣는 방식의 사전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는 한국 증시의 핵심 업종인 반도체에 대한 실적 기대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런 흐름을 보고 한국 시장에 자금을 넣고 있다는 설명도 함께 내놨다. 반면 금융투자소득세 재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금투세가 2024년 폐지됐다고 언급하면서, 향후 논의가 이뤄지더라도 자본시장 상황과 시장 여건이 충분히 무르익은 뒤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증시와 별도로 보유 자산 매각과 관련한 계획도 공개했다. 상속세 물납(현금 대신 주식 등 자산으로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확보해 보유 중이던 엔엑스씨(NXC) 주식 가운데 약 1조227억원어치를 이날 엔엑스씨에 다시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2년 물납 당시 주당 가격은 553만4천원이었고, 이번 매각 가격은 주당 555만8천원으로 정해졌다. 정부는 물납가액보다 높은 가격에 처분하게 됐다는 점에서 수익성과 회수 측면 모두 의미 있는 거래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정부는 그간 여러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엔엑스씨가 해외 외화자금을 들여와 매입하기로 하면서 거래가 성사됐다.
이번 매각이 마무리되면 정부의 엔엑스씨 지분율은 30.6%에서 25.7%로 낮아진다. 정부는 자금 조달 과정에서 외화 유입이 발생해 환율 안정에 일부 도움을 줄 수 있고, 장기간 처분이 쉽지 않았던 물납 주식을 현금화해 세외수입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당초 새로 추진 중인 국부펀드에 이 주식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관련 법 제정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이번 매각대금을 국부펀드로 넘기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엔엑스씨는 최근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가 강화된 데 따라 이번에 다시 사들인 물량을 다음 달 중 전량 소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거래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산 매각 제도 개선 이후 300억원 이상 자산의 첫 매각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정부가 비핵심 보유자산을 정리해 재정을 보강하는 한편, 증시와 외환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함께 따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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