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전세시장에 공급되는 대출과 보증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전세가 단순한 임대차 가격을 넘어 매매시장까지 흔드는 연결고리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센터 박진백 부연구위원 연구진은 14일 국토이슈리포트 ‘최근 주택임대차시장 구조변화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을 통해 1986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 주택 임대차시장의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상호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분석 기간 전반에 걸쳐 주로 1~3개월의 단기 시차에서 나타났다. 특히 1992년, 1998년, 2006년, 2015년, 2020년 전후처럼 주택가격이 크게 움직였던 시기에는 매매가격 상승 충격이 전세가격에 빠르게 번졌다가 다시 약해지는 흐름이 반복됐다.
반면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움직이는 힘은 최근으로 올수록 더 뚜렷해졌다. 연구진은 전세가격 상승의 영향이 주로 3~9개월의 중장기 시차를 두고 매매시장에 반영된다고 분석했다. 전세가격 1%포인트 상승 충격에 대한 24개월 누적 매매가격 반응은 2000년 이후 플러스로 전환됐고, 2010년대 들어 급격히 확대됐다. 2015~2019년에는 1.24%포인트로 정점을 찍었고, 최근에도 1%포인트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박 부연구위원은 2010년 이전에는 전세가 매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지만, 이후 전세가격 상승이 집값을 자극하는 구조가 형성됐고 2020년 전후 그 영향력이 가장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전세시장의 금융화가 꼽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택 매매가 줄고 전세 수요가 늘자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자금대출을 확대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 시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우선변제권 대상이 넓어지면서 은행의 대출 취급도 활발해졌고, 2013년 9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 도입 이후에는 보증을 바탕으로 대출이 빠르게 늘었다. 연구진은 이런 과정에서 전세시장이 현금 거래 중심에서 대출과 보증에 의존하는 구조로 바뀌었고, 그 결과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서로를 밀어 올리는 구조가 굳어졌다고 봤다. 다만 최근에는 월세 전환이 빨라지면서 2022년 이후에는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전세가 매매시장을 끌어올리는 현재 구조를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으로 보고, 전세시장 유동성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지금 1주택자에게 적용 중인 전세자금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즉 DSR 규제를 무주택자까지 확대하고,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의 DSR 산정에도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세입자의 과도한 차입을 줄이고, 집주인이 사실상 세입자 보증금을 활용해 레버리지(차입을 통한 투자 확대)를 키우는 구조도 함께 관리하자는 취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5월 첫째 주 기준 1.56%로, 매매가격 상승률 0.98%를 0.58%포인트 웃돌았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전세 물량 부족과 금융 규제 방향에 따라 주택시장 전반의 가격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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