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은 수입 규제 강화로 외환 위기 방어 나선다

| 토큰포스트

인도 정부가 유가 급등으로 무역적자가 빠르게 불어나고 루피화 가치까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한 긴급 대응으로 은 수입 규제에 들어갔다.

17일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전날 모든 은 제품을 수입 제한 품목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인도 상무부 산하 대외무역총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은괴를 비롯한 은 제품을 들여올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뛰면서 원유 수입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금과 은 같은 귀금속 수입까지 외환 수요를 더 키우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최근 귀금속 수입 억제를 위해 규제를 연이어 강화해 왔다. 정부는 금·은 수입 관세를 기존 6%에서 15%로 올렸고, 면세 수입 자격을 가진 귀금속 제조업체의 금괴 반입 물량도 제한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역시 지난 10일 대국민 담화에서 금과 은 구매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귀금속은 인도에서 전통적으로 혼수품과 자산 저장 수단으로 널리 쓰이지만, 최근에는 실물 소비보다 투자 수요가 더 강해지면서 수입 급증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3월로 끝난 2025∼2026회계연도에 인도의 은 수입액은 120억달러, 우리 돈 약 18조원으로 전년의 2.5배까지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금 수입액도 719억8천만달러, 약 108조원으로 24.1% 증가했다. 특히 은 수입 증가는 장신구나 산업용 수요보다 투자 목적 매수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인도 내 은 상장지수펀드, 즉 특정 자산 가격을 따라가도록 만든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뭄바이의 한 시중은행 금 거래 담당자도 산업용 은 수입은 제한적으로 허용되겠지만, 투자용 은 제품 수입은 단기적으로 억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귀금속 수입 확대가 이미 악화한 대외수지와 겹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인도의 상품 무역수지 적자는 283억8천만달러, 약 42조6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7.3% 급증했다. 석유 수입액은 186억3천만달러로 53% 늘었고, 금 수입액도 56억3천만달러로 84% 증가해 적자 확대를 이끌었다. 이런 수치가 공개된 지난 15일 루피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96루피를 넘어섰다. 이는 루피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인도석유공사 등 국영 에너지 기업들까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각각 3%대 인상하면서,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소매 연료 가격이 오르게 됐다.

결국 인도의 은 수입 제한은 단순한 귀금속 규제가 아니라, 에너지 가격 급등과 환율 불안, 무역적자 확대가 한꺼번에 밀려온 가운데 외환 방어에 나선 조치에 가깝다. 앞으로 국제유가와 중동 정세가 안정되지 않으면 인도 정부는 금 수입 추가 억제나 외환 관리 강화 같은 후속 대책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인도 내 투자용 귀금속 시장을 위축시키는 대신, 산업용 수요만 선별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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