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블루런벤처스(BRV) 계열 해외 법인들에 부과된 약 90억원의 법인세를 취소하라고 판결하면서, 외국 법인에 국내 사업장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과세 기준에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25일 BRV로터스원과 파워엠파이어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했다. 두 회사는 BRV 펀드그룹이 국내 기업 투자 목적으로 각각 홍콩과 세이셸공화국에 세운 해외 법인이다. 과세당국은 이들 법인이 국내 주식과 전환사채를 사고팔아 얻은 양도차익에 대해 2021년 10월 법인세를 부과했다. BRV로터스원은 국내 주식 투자로 226억원, 파워엠파이어는 국내 주식과 전환사채 투자로 194억원의 양도차익을 거뒀고, 이에 따라 각각 약 80억원과 약 9억8천만원의 세금이 매겨졌다.
쟁점은 이 해외 법인들이 한국 안에 사실상 사업 거점을 두고 있었는지였다. 법인세법은 외국 법인이 국내에 고정된 물리적 장소를 두고, 그곳에서 단순 보조 업무가 아니라 본질적인 사업활동을 하면 해당 소득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과세당국은 윤관 대표가 이들 법인의 실질적 의사결정자이고, 한국 법인인 BRV코리아를 고정사업장으로 활용해 투자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 해외에 서류상 법인을 두었더라도 실제 투자 판단과 집행이 한국에서 이뤄졌다면 국내 과세가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원고 측이 주장한 이른바 도관회사, 즉 자산이나 소득을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않는 형식적 회사라는 논리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BRV코리아를 곧바로 원고들의 국내 고정사업장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RV코리아가 원고들과 별개의 법적 실체를 가진 국내 법인이고 서로 지분관계도 없는 만큼, BRV코리아 또는 윤 대표의 활동을 원고들의 사업활동과 동일시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또 BRV코리아 직원들이 수행한 업무도 자문용역계약에 따른 별도 업무 영역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윤 대표의 역할에 대해서도 구분이 필요하다고 봤다. 윤 대표가 투자와 매각 결정을 주도했다 하더라도, 이는 원고 법인들의 최종 무한책임사원인 BRV 파트너스 엘티디의 이사로서 한 활동으로 봐야 하며, 이를 근거로 국내 사업장이 있다고 간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법인세법 94조 3항은 외국 법인이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두지 않더라도 대리인을 통해 사업을 하면 국내사업장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게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사안이 그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들이 별도 인적·물적 설비를 갖추지 않았고 BRV코리아 직원들이 실무를 맡았으며 윤 대표가 양쪽 의사결정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점은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해외 투자 법인과 국내 자문·운용 조직의 관계를 어디까지 같은 사업 주체로 볼 것인지에 관한 법원의 엄격한 기준을 보여준 사례로 읽힌다. 국제 투자 구조가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과세당국은 실질과세 원칙을 앞세워 국내 과세권을 넓히려는 경향이 있지만, 법원은 법인격 분리와 지분관계, 계약 구조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이와 별도로 윤 대표가 제기한 123억원 상당 종합소득세 부과 취소 소송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지난 2월 1심에서는 윤 대표가 패소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해외 펀드와 국내 운용조직 사이의 법적 관계를 둘러싼 과세 분쟁에서 사업장 인정 범위를 가르는 중요한 판단 근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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