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기준금리 체계를 실거래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은행권과 파생상품 시장에 코파(KOFR·한국 무위험 지표금리) 사용 확대를 본격적으로 유도한다. 기존에 널리 쓰이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보다 투명하고 조작 가능성이 낮은 금리로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금융감독원은 29일, 7월 1일부터 2027년 6월까지를 1차 연도로 삼아 은행들이 발행하는 변동금리채권(FRN·금리가 일정 주기마다 바뀌는 채권) 가운데 10% 이상을 코파 연동 방식으로 발행하도록 행정지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지표금리 개혁 추진 방안의 후속 대응이다. 무위험 지표금리는 콜금리나 환매조건부채권 금리처럼 거래량이 충분한 초단기 실거래를 바탕으로 산출돼, 일부 호가나 제한된 거래에 좌우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에서 널리 기준 역할을 해온 CD 수익률은 기초 거래가 많지 않아 실제 자금시장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당국은 이런 한계를 보완하려면 채권 발행 단계부터 코파 사용 비중을 높여 시장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새 기준금리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상 기관은 시중은행 7개사, 지방은행 5개사, 특수은행 2개사, 인터넷전문은행 3개사, 정책금융기관 3개사 등 모두 20개사로 정해졌다. 목표 비율은 해마다 10%포인트씩 올라 2031년 6월인 5차 연도에는 50%까지 확대된다.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선도 역할을 맡는다는 의미에서 일반 은행권보다 매년 15%포인트 높은 목표를 적용받아 5차 연도에는 65%에 이르게 된다. 다만 현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6년 상반기에 이미 발행한 코파 준거 신규 물량도 1차 연도 실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코파 확산 정책은 더 강해진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이자율 스와프 거래의 10% 이상을 코파 기준으로 체결하도록 한 1차 연도 행정지도를 운영해왔는데, 이를 개정해 연장하기로 했다. 2026년 7월부터 2027년 6월까지 적용되는 2차 연도에는 목표 비율을 당초 20%에서 25%로 높였고, 최종 목표도 50%에서 70%로 크게 올렸다. 해마다 올리는 폭 역시 기존 10%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확대했다. 또 거래가 단기물에만 몰리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장기 거래에 더 큰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만기 5년 초과 10년 이하 거래는 기존 10%에서 30%로, 10년 초과 거래는 20%에서 50%로 인정 비율을 높인다. 이 행정지도에는 은행 17개사와 증권사 12개사 등 총 29개사가 참여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권고를 넘어 국내 금융시장의 가격 기준을 단계적으로 재편하는 작업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준금리가 실거래를 더 충실히 반영하면 채권과 대출, 파생상품의 가격 결정 과정도 한층 투명해질 수 있다. 다만 새로운 지표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발행사와 투자자, 거래 중개기관이 모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해 실제 전환 속도는 시장 수용도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내 금리 체계가 CD 중심에서 코파 중심으로 서서히 이동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