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은 정부의 대규모 산업 투자와 추가 재정 집행, 반도체 경기 호조를 반영해 202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3.5%로 높여 잡았다.
김진욱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30일 보고서에서 4~5월 경기 지표가 예상보다 탄탄하게 나온 데다, 기술 설비투자에 연계된 인프라 투자와 9월 초까지 25조원 이상 규모로 편성될 가능성이 있는 2차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해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추가경정예산은 경기 대응이나 정책 집행을 위해 본예산 외에 추가로 편성하는 예산을 뜻하는데, 실제 집행이 빨라질수록 내수와 투자에 직접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
이번 전망 조정의 핵심 배경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 계획이다. 전날 정부와 삼성전자, 에스케이하이닉스 등은 호남권 반도체 생산거점 800조원을 포함한 약 1천5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기업들이 별도로 공개한 장기 투자계획까지 합치면 전체 규모는 4천700조원대에 이른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해 연간 25조원에서 50조원의 추가 설비투자, 즉 캐펙스(CAPEX·기업의 공장·장비 투자)가 가능하다고 봤고, 이런 투자가 연간 성장률을 0.28%포인트에서 0.57%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기 흐름도 이전보다 강하게 봤다. 한국씨티은행은 올해 2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전 분기 대비 0.2% 하락에서 0.3% 상승으로 수정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경제에 주는 부담이 있었지만, 석유 최고가격제도와 1차 추가경정예산이 그 충격을 일부 완화했고, 1분기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2분기까지 이어진 점이 반영됐다. 이어 3~4분기에도 반도체 수출 강세가 이어지고, 관련 산업의 소득 증가가 민간소비로 번지는 낙수효과와 2차 추경 집행이 더해지면서 성장세가 비교적 견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중기 전망도 함께 높였다. 2027년 성장률 전망치는 3.0%, 2028년은 2.3%로 각각 0.2%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배경으로는 대규모 기술 설비투자 계획과 반도체 생산업체와 수요업체 사이의 장기공급계약, 즉 엘티에이(LTA) 확대 가능성이 제시됐다. 특히 2027년 1분기와 2분기에는 연초 반도체 업계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 반도체 기업들의 세금 납부에 따른 정부 재정지출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0%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반도체 투자 계획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고 추경 효과가 소비와 고용으로 확산되는지에 따라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가 더 강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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