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50원대 후반까지 치솟자 1일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가 만기 전 구간에 걸쳐 일제히 올랐다. 환율 급등이 외국인 수급을 흔들고 시장 전반의 위험 인식을 키우면서, 장기물까지 금리가 함께 뛰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8.8bp(bp는 0.01%포인트) 오른 연 3.791%에 거래를 마쳤다. 10년물은 11.4bp 상승한 연 4.205%를 기록했고, 5년물과 2년물도 각각 10.3bp, 6.9bp 올라 연 4.028%, 연 3.720%에 마감했다. 초장기물도 약세를 피하지 못해 20년물은 연 4.365%로 9.5bp 상승했고,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8.7bp, 9.4bp 오른 연 4.438%, 연 4.307%를 나타냈다. 채권 금리가 오른 것은 그만큼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국고채 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환율 급등이 꼽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전날보다 5.5원 오른 1,554.9원에 마쳤다. 이는 2009년 3월 5일 1,56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1,549.8원에 출발한 뒤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오전 한때는 1,560원선 바로 아래까지 오르며 시장 불안을 키웠다. 환율이 빠르게 오르면 해외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고, 그만큼 채권시장도 금리 상승 압력을 받기 쉽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금리 오름폭을 더 키웠다. 외국인은 이날 3년 국채선물을 1만7천526계약, 10년 국채선물을 1만2천477계약 각각 순매도했다. 국채선물은 앞으로의 금리 움직임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표인데, 외국인이 대규모로 팔면 현물 채권시장에도 약세 심리가 번질 수 있다. 여기에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온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에서 5월 구인 건수는 760만건으로 집계됐다. 전월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2024년 5월 778만건 이후 2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여서,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흐름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고, 국내 금리에도 상방 압력을 줬다.
시장에서는 이날 국고채 약세가 단순히 하루 환율 변동에 그친 문제가 아니라 대외 변수에 민감해진 금융시장의 긴장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이날 금리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환율을 꼽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1,550원 후반대까지 오른 데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겹쳐 국고채 금리 오름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환율 방향, 외국인 선물 수급, 미국 고용과 물가 지표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원화 약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국내 채권시장의 변동성도 당분간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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