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6월 도매물가가 에너지 가격 급락의 영향으로 시장 예상과 달리 전월 대비 하락하면서, 최근 이어진 물가 둔화 흐름이 생산 단계에서도 확인됐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15일(현지시간)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보다 0.3% 내렸다고 밝혔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출하할 때 받는 가격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흔히 도매물가로 불린다. 이 지수가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은 2025년 8월(-0.2%) 이후 10개월 만이며, 하락 폭은 2025년 4월(-0.3%) 이후 가장 크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보합이었지만 실제 수치는 더 약했다. 다만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5.5% 올라, 절대적인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번 하락의 핵심 배경은 에너지 가격이다. 6월 최종 수요 재화 가격은 전월 대비 1.4% 떨어져 2022년 7월(-1.9%)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나타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이 한 달 새 6.4% 하락했고, 이 가운데 휘발유 가격이 12.0% 떨어지면서 재화 가격 하락분의 약 3분의 2를 설명했다. 지난달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한 점이 물가 압력을 낮추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물가의 기초 흐름이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에너지와 식품, 거래 가격을 제외한 근원 성격의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5.1% 상승했다. 또 거래 가격을 포함하고 에너지와 식품만 제외한 지수도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4.7% 올랐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최종 수요 서비스 가격이 5월 0.1% 하락에서 6월 0.2% 상승으로 돌아섰다. 도매업자와 소매업자가 붙이는 마진 변화를 뜻하는 거래 서비스 가격이 0.4% 올랐고, 특히 연료 및 윤활유 소매업 관련 마진은 13.0% 급등했다. 겉으로 드러난 전체 물가는 내려갔지만, 변동성이 큰 항목을 뺀 내부 흐름은 여전히 쉽게 식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지표는 하루 전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과 맞물려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재료로 받아들여졌다. 생산자물가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 소비자물가가 추가로 안정될 가능성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 기준으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전날 58%에서 이날 생산자물가 발표 직후 48%로 낮아졌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이 다시 무력 공방을 벌이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있어, 에너지 가격을 통한 재차 물가 자극 가능성이 남아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도 전날 미 하원 청문회에서 물가 둔화를 두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결국 이번 수치는 단기적으로는 물가 부담 완화와 금리 경계감 축소로 이어질 수 있지만, 향후 흐름은 국제유가와 중동 정세, 그리고 근원 물가의 둔화 속도에 따라 다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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